아침편지63

2022.6.19 함민복<부부>

by 박모니카

도올선생왈, 천지창조의 모든 비밀은 부부에서 시작한다며 시경에 나오는 언비어약(鳶飛魚躍,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위로 약동하는)으로 부부의 도를 말하네요. 기념일에 무심한 저와 달리 남편은 아주 세심하고 시적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지요. 결혼한 날을 기념해서 아무리 바빠도 백련꽃 한번 보러가자네요. 오랜만에 책방 문 닫고 남편과 맛난 점심한끼 먹으며 옛날을 추억하려 합니다. 오늘은 함민복시인의 <부부>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부부 –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6.19 부부.jpg

전북 하소 백련지에 피어난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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