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64

2022.6.20 안도현<스며드는 것>

by 박모니카

'글을 쓴다는 것은 항상 오해의 가능성이 가득한 거대한 침묵의 바다위를 홀로 노저어 간다는 것입니다.그리하여 무시무시하게 고독할 때가 있습니다.' 작가 정여울씨의 <끝까지 쓰는 용기>에 나옵니다. 글쓰기의 왕초보인 저는 이 말에 대한 체감이 현저히 낮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두렵다는'사실이지요. 글을 쓸때 지극히 마음을 다하고 경계하는 자세로 오래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두려움이란 말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시, 안도현시인의 <스며드는것>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 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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