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73
2022.6.29 정호승<나팔꽃>
밤새워 장마비가 내립니다. 친정엄마는 아버지의 기일을 앞두고 108세의 할머니(시어머니)를 뵙자고 하셔서 아침출타를 합니다. 코로나 전에는 제 딸과 함께 모여 4대 에 걸친 여자들의 우정을 과시했지요. 점점 눈이 어두워져 저희를 알아보지 못할 것을 염려합니다. 효란 무엇일까요? 세상에서 그 어떤 종교적 신념도 ‘효’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내 존재의 뿌리가 부모에서 시작했으니 아무리 배움이 많다 해도 그들 앞에서는 늘 부족한 마음이지요. 그것이 공경입니다. 反哺之孝(반포지효), 까마귀도 제 부모를 공경하거늘 하물며 사람은 마땅하지요. 공경(恭敬)이란 두 글자를 마음에 두니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오늘은 정호승시인의 <나팔꽃> 들려드릴께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팔꽃 – 정호승
한쪽 시력을 잃은 아버지
내가 무심코 식탁 위에 놓아둔
까만 나팔꽃 씨를
환약인 줄 알고 드셨다
아침마다 창가에
나팔꽃으로 피어나
자꾸 웃으시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