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3 이준관<구부러진 길>
어제는 장마비 소식에 맘이 급해 심었던 감자수확을 했지요. 감자꽃피고 열매 거두면서 환히 웃을 저를 생각하며 농사를 지었다는 남편. 그 맘을 듣는 저도 미안한 맘에 새벽부터 밭에 갔지요. 올봄 내린 비가 야속하여 소득이 낮았던 지인들의 감자밭과는 달리, 남편의 지극정성 덕인지 감자가 줄줄이 나왔죠. 그때부터 과욕이 붙어, 나누어서 할 일인데도 죽기살기로 끝장을 보겠다 덤비며 감자를 캤습니다. 포장까지 무려 7시간이나 밭에서 몸을 데웠으니 온전했을까요. '하루에 천리를 가는 천리마나 느릿느릿 가는 조랑말이나 그 목표는 결국 같다'는 옛 성현의 말을 듣고서야 후회했습니다. 작고 느리게 구불거리며 가는 조랑말이 되어보면 어때요. 오늘의 시는 이준관시인의 <구부러진 길>. 봄날의산책 모니카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캐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