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2 텃밭이야기 6화
"당신 오늘은 무조건 밭에 가야되요. 연휴 3일동안 하루에 가치로운 일 한가지는 해야 당신이 안믿는 하느님도 봐주지." 나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늘 남편은 내 편이다. "아이고, 우리 마님이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사실 텃밭팀들은 어제 고추모종을 심었다. 새벽활동을 놓치니 아침선약, 오후선약으로 하루가 갔다.
분명 겉모습은 힐링인데 속에는 뭔지, 불편한 조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 일정에 있던 고추모종 심기를 안한 탓이었다.
대야장은 1일과 6일 이라지만 바람도 쐴겸, 들판의 바람 맞이를 좋아하는 둘은 대야장으로 갔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가 무색하리 만치 많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였다.
우리가 가는 농약상에도 가족 모두가 나와서 손님 맞이에 정신없이 바빴다.
다양한 모종을 샀다. 고추3종세트(일반고추,청양고추,아삭이고추)50여그루, 가지9그루, 오이2세트(가시오이, 일반오이)8그루, 대추토마토 9그루, 그리고 호박5종.
작년에 풍작이었던 호박에서 나온 호박씨가 이번엔 실하지 못해서 싹 튀움에 실패했다.
아마도 올해는 다른 작물에서 은혜를 받으라는 뜻이겠지 싶었다.
지난주 덮어 놓았던 멀칭속으로 습기가 가득했다. 어제의 이른 더위와 높은 습도로 인해 멀칭 속 땅은 촉촉해져 있었다. 이제 텃밭농부 3년차의 내공으로 남편이 내어주는 구멍에 모종을 재빠르게 넣는 재주가 생겼다.
단지, 비오듯 쏟아지는 땀에 젖시는 약한 눈, 완전히 구부리지 못하는 무릎, 겹쳐지는 무거운 아랫배를 보면서 연신 친정엄마의 몸매가 생각났다.
'엄마한테 살 좀 빼야된다고 하는 말을 줄여야지. 뜻대로 안되는게 다이어트니 얼마나 힘드실까.'
모종을 다 심으니 남편은 긴 호스를 가져와 꼼꼼히 모종마다 물을 주면서 말했다.
"이제 당신이 할 일은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곁 흙을 듬뿍 덮어주는 겁니다. 공기가 최대한 안들어가도록 꾹꾹 잘 눌러서."
나는 정말 말 잘 듣는 학생이다. 나중에 들으니 남편이 나를 보면서 생각했단다.
'아고, 대강 해도 되는데, 무릎을 잘 구부리지도 못하면서 일일이 고랑의 흙을 긁어 모종 언덕을 도톰하게 예쁘게 만들다니." 원칙적이고 고지식한 각시한테 말을 잘못했구나 싶었단다.
시키는 대로 다 하고 나니, 정말 하늘이 노랬다.
꼭 엄마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메 오메 나 죽겄다."
그래도 어찌나 사랑스럽고 기특하던지. 이리저리 사진도 찍고, 벌써부터 장대도 세워놓고. 마치 땅 표시하는 우리집 복실이 처럼.
윗밭으로 오니 감자는 싹이 다 터서 지금이라도 하지 감자가 나올 것 같았다. 아직 꽂도 피어나지 않았는데.
멀칭 속에서 숨 못쉬는 애들이 있을까바 살펴보는 중, 아, 글쎄 2주전 심은 옥수수 씨앗이 싹을 튀운것이 아닌가. 심을때도 '감자와의 동침을 시도하는 옥수수'라고 명명했는데, 벌써 감자의 마음을 산 것인가? 싶어 너무 귀여웠다.
옥수수만 빼꼼 한게 아니었다. 어디서 날라와서 자리 잡았는지, 배추쌈(이름모름)도 있고, 당근싹도 보였다.
참 세상 이치 신기하다. 자연은 이렇게 누구나 환영하고 받는데. 네 땅 내 땅 싸우지 않고 함께 잘살자고 하는데. 인간만이 제 땅도 아니고 빌려쓰는 지구의 땅을 가지고 죽을때 까지 싸우니 어찌 할꼬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의 노고를 서로 치하하면서 점심으로 베란더 텃밭의 상추쌈을 먹었다.
함께 늙어가는 재미가 이런건가 싶었다.
남편은 말한다. "우리 각시는 갈수록 젊어지고 예뻐지는게 텃밭하고 글쓰는 취미 덕분인 것 같네"라고.
그러면서 또 한마디 덧붙인다. 가끔씩 작물들 돌보는 것처럼 자기도 한번씩 봐달란다.
기가 막혀서.
커피 한잔 하자고 정육점을 하는 동생가게에 놀러갔다.
"누나, 칼칼한 누나가 요즘 왜 그렇게 밭에 매달려요. 노년에 먹고 살 것 없을까바 그래요? 내가 줄께. 그 시간에 매형이랑 운동 열심히 하고 몸 관리만 해요 " 말이라도 고맙지.
손님 한분이 오시더니 삽겹살을 주문하고 파슬이를 줄 수 있나고 물었다.
"당연하죠"동생은 대답했다.
"동생아, 파슬이용 대파는 어디서 구하는가? 사는 거지?"
"당연하죠. 손님들 써비스용이예요. 너무 비쌀 때는 못하지만 가능하면 드리고 있어요. 왜요?"
"내가 우리 밭에 대파도 심을까? 크면 너가 사주고. 어때?"
동생은 헉 하는 표정 이었다. "못살아. 하고 싶으면 하는데 적당히 해요. 그러다 진짜 아프네."
오늘도 나는 계획이 있었고, 다 계획대로 살았다. 그 속에 감사함과 함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