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24 텃밭이야기 7화
"언니는 좋겠어요. 노년의 꿈을 벌써부터. 글도쓰고, 텃밭도 일구고. 못하는게 없네."
후배들이 치켜주는 칭찬에 정말 그런가 싶다. 재능이 뭐 별거인가. 내가 잘하는 것이 재능이지.
그 재능을 살리려 오늘도 텃밭에 갔다.
사실, 텃밭가족들이 토요일 아침, 잡초도 뽑고 물도 대주고, 얼굴한번 보고 수다떨자 했다.
시간 맞춰 준비하는데 딸래미 복통이 심상치 않아, 병원행을 먼저 선택했다.
저녁에 불어오는 바람, 왠지 코끝에 살풋쾌쾌한 비 냄새가 실려왔다.
요즘은 농사짓기 최고의 날이 계속이다. 적당히 비가오고, 알차게 해가 비추고, 알맞게 바람이 분다.
텃밭에 있다보면 세상의 바이러스는 다 사라진 듯한 평화가 찾아온다.
오늘은 어느새 풍성해진 감자싹 위로 노란색 보라색 꽃들의 향기를 멀리 보내러 왔다.
열매를 맺는 꽃은 아니지만 아래 감자로 가야 할 영양분이 꽃으로 가면 감자알이 약해진다는 남편말이 생각났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하지에 감자를 얻어 올해 바자회의 1차 기부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
촉촉히 내리는 실비사이로, 각 집 작물들의 얼굴은 말 그대로 '자연스러움,내츄럴'이었다.
내 밭에도 가지, 고추, 강낭콩, 오이, 호박, 토마토 등의 줄기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고추는 벌써 꽈리고추 크기만큼의 고추가 달려있었다. 열매들이 더 잘 자라도록 아래단의 곁가지들을 떼어주었다.
감자밭의 꽃들을 따기 전에 기념으로 사진 한장 찍었다. 향기도 맡아보고, 노란색 보라색 꽃잎도 비교해보고.
꽃이 많이 핀다는 것이 감자가 실해진다는 건지 아닌지도 구별 못하는 초보농꾼이지만, 어쨌든 오감만족했다.
약 한달 전 옥수수를 심으며 감자와의 따뜻한 동거를 기도했는데, 아무래도 사이가 안 좋았나보다 생각했다.
내가 심은 옥수수 씨앗은 약 100여개쯤 되는데, 자리잡고 올라온 옥수수대가 10여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모종으로 심었던 옥수수는 모두 기고만장한 기세로 하늘을 향하는데...
감자들의 펼친 활개를 보면 그 어린 씨앗들의 영양분을 빼앗은 게 틀림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제밤 뚝배기에 보쌈용 고기 한점 삶아 놓았으니, 쌈 채소를 거두어야겠다 싶었다.
씨 뿌렸던 갖가지 쌈 채소가 발을 딛을 수 없을 만큼 자랐다. 코알라님 밭에가서, 알록달록 원피스상추도 10장쯤 땄다. 두렁 옆에 홀로 자라던 배추 한 송이도 구멍이 뽕뽕, 더 이상 맛있게 자라지 않을 태세여서 쑤욱 뽑았다. 오늘도 바구니 한가득 이 채소 저 채소 담아 나오는 나를 두고, 어찌 재능이 없다고 할 것인가, ㅎ ㅎ ㅎ.
부지런히 점심상을 차린다. 런치 메뉴는 '모니카 보쌈정식'
배추는 삶아서 된장국에 넣을려고 채반위에 씻어 놓았다.
어느새 노년을 운운하는 우리 부부의 점심 밥상은 '내츄럴'의 색이 덮어졌다.
쌈 하나하나, 어찌나 맛있고 싱그러운지, 금방이라도 내몸이 초록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혼자 보기 아까워서 지인들에게 사진으로 자랑했다. 아마도 말 그대로 watering mouth가 되었을거다.
설겆이를 하려는데 달팽이 한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구멍뚫린 배추잎의 외침소리 '나 완전 유기농이야'에 귀를 닫고 있었나보다. 마지막으로 유기농 인장인 양 달팽이 한마리를 보내줬으니. 바로 사진으로 인사하고 또 지인들에게 보냈다. "그대들도 이 유기농 보쌈을 먹이고 싶다. 언제든지 콜 해라."라고.
오늘도 행복의 추억을 만드느라 재능을 아끼지 않는 모니카와 남편 '베스트님'
나도 바이러스를 전염 시키고 싶다. 소위 '해피바이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