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2 텃밭이야기 8화
코로나의 지배는 사람을 힘들게 해도 자연의 생명에는 감히 근접하지도 못한 것 같다.
어느새 '희망텃밭'의 새싹과 씨앗들은 거의 제 모습을 드러내고 또다른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텃밭지기님들도 매일은 나가지 못할지라도 그 즐거움 만큼은 매일이 아닌 매 순간속에 있다고 한다.
며칠전 감짜꽃을 따주러 갔을때 만 해도 고추와 호박, 오이, 가지등이 여릿여릿한 모습으로 제 자리만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사이, 기운이 장성하여, 에너지를 다른 이의 영역까지 침범했다.
또 위로 크며 열매를 탄생시키려는 몸부림에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6월의 첫날, 첫번째로 각 작물에 줄을 잡아주고 장대를 다시 고정시켜주는 일로 정했다.
사실 이 일은 남편 없이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만큼은 꼼꼼히 보고 기억해야겠다 싶었다.
남편은 가는길에 줄을 고정시키는 노란색 고정핀도 사면서, 이번엔 당신이 직접 묶어보라고 했다.
텃밭가는길은 이 세상 모든 땅이 내 것인양, 마음이 그렇게 평화롭게 풍족할 수 가 없다.
사람의 이 욕심이 잘 못 쓰여져서, 세상에 별의별 사건도 많지만, 욕심없이만 쓰여진다면 천국이나 낙원에 왜 필요하겠는가.'바로 사람사는 세상이 천국이요, 바로 이순간이 최고의 행복이지' 라고 두 부부의 대화가 오고갔다.
일단 텃밭에 가면 자연스럽게 다른이의 작품들을 보게된다. 아마도 맘 속에 "누가 잘 키우나"하는 부러움이 관찰로 이어지는 것 같다. 내 작물이 더 풍성하면 왠지 으슥해지고, 좀 왜소한 것이 눈에 띄면 다른이의 숨어있는 수고를 살핀다. 어떤 정성과 방법을 썼을까? 하고.
3년차의 텃밭에는 누가 심어도 잘 될 것 같은 기운이 가득하다.
올해 신입지기들은 아마도 선배들의 기운과 정성을 땅과 함께 받아서 적은 수고에도 잘 키워 낼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먼저, 모종60개로 심었던 고추의 두렁에 장대를 더 깊이 넣고 끈 매달기 작업을 했다.
작년에는 2단으로 매달았는데, 이번에는 3단으로 촘촘히 매달았다.
두겹의 줄과 줄사이에 고추를 들여 곧게 잡아주고, 양 쪽 옆구리에 예쁜 핀 꽂듯, 노란색 고정핀으로 장식했다.
"참 신기하다. 이렇게 예쁠수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바람에 추는 고추잎들의 춤은 더욱더 아름다웠다.
보라색 꽃을 매단 가지는 그 어떤 작물보다도 힘차게 성장한다. 작년에 가장 공들이지 않고 가장 많은 수확을 안겨준 작물이 바로 가지였다. 다 큰 가지는 왠지 묵직한 나무를 연상시킬 정도로 우람하게 밭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가지를 볼때마다, 어느 동화책의 그림이 생각났었다.
보이지 않는 땅 속 어딘가에 두더지 가족들이 살고 있는데, 새끼 수가 늘어나 미로처럼 지하 굴을 만드는 그림이었다. 왠지 가지의 배 모양이 불룩하니, 땅 속의 두더지 형제들이 세상 밖에 얼굴을 내밀고 싶어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지대 없이도 잘 컸었지만 올해는 가지에도 단단히 지지대와 끈을 만들어주었다.
아직도 잎사귀만 가지고는 완벽하게 구별을 못하는 호박잎과 오이잎. 초보농사꾼의 기본자질도 없는 것 같아 부끄럽다. 모든 작물 중에서 가장 절실히 지지대와 끈을 필요로 호박과 오이.
작년에 호박으로 인해 내가 받았던 복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모종 5개 모두 자리를 잘 잡았고, 엄마가 뒤늦게 주신 모종 10 여개는 아직 어린애모습이다.
이제는 요것들이 어느 방향으로 뻗어갈지 보이는 걸보면 조만간 초보 딲지도 떼어질지 모른다.
지지대 사이사이 끈을 사다리 게임 모양으로 매어주었다.
남편의 지시에 따라 호박의 가장 앞머리 순을 조심스럽게 들어서 사디리 끈 사이에 걸쳐 놓고 핀으로 한번더 고정시켰다. '이렇게 해 놓으면 덩쿨성 식물 들이라 제 갈길들이 정해져 있고 다른 작물을 침범 할 수 없다는' 남편의 말이 따라왔다. 가시오이와, 둥근오이 역시 덩쿨길을 활짝 열어주고 나니, 갈수록 모양이 잡히는 텃밭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했다.
남편의 이마에 송글 송글 맺힌 땀방울을 보면서, 속으로만 기도했다.
'오! 이 모습이 오래동안 갔으면,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아프지말고 오래토록 둘이 했으면'
"작년에 비해 이렇게 정성을 쏟으니 올해 수확은 상당하겠어요. 생각만해도 기쁘네."
"당신이 쏟는 정성을 하늘도 땅도 다 알지. 왜 모르겄는가. 우리 마님 마음을."
오늘도 나를 치켜세우는 남편의 언사는 과히 최상급이었다.
아마도 부족한 내가 이런 사람을 만나서 채워지고 나눔을 아는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이제 텃밭 대부분의 작물들이 지지대로서 큰 힘을 받았다. 뿌리대로 넓고 깊게 힘을 받으니, 그 에너지가 잎과 열매로 갈 것이다.
나의 삶과 내가 영양분을 주어야 할 내 아이들과 남편의 삶을 지지하는 데도 따로 비결이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특히 이제 막 성인으로서 여한디 약한 뿌리를 내리는 아이들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의 삶에 긍정적인 비타민을 보충해야겠다.
나의 일상에 늘 깨어있는 시간을 보충하는 것.
그것이 책읽기든, 글쓰기든, 또는 가르치는 모습이든, 멘토링하는 모습이든.
먼훗날 나를 생각할때, '우리 엄마는 늘 깨어있는 사람이었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오늘 아침에도 들었다. ebs한동일의 '라틴어로 배우는 인생수업'을 들으면서.
바로 굿모닝 인사로 아이들에게 전했다.
'CARPE DIEM'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 우리말로는 '현재를 잡아라
(영어로는 Seize the day )'
신기하게도 오늘 비가 내린다.
어제의 수고를 칭찬하듯이 단물을 주는 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