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의 동침을 시도한 옥수수

2020.4.8 텃밭이야기 5화

by 박모니카

매일 쏟아지는 뉴스청취 "코로나19" 필독, 필시청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일은 반드시 해야되겠지.

올해는 텃밭장터를 확장했다. 바로 아파트 베란더까지.

사실, 야외텃밭의 경작은 평균 주간단위로 살펴보는 편이었다.


작년에 사용했던 비닐이나, 장대 거두는 데 1주차.

퇴비를 뿌리고 텃밭 가족들과 올해 잘해보자고 다짐하는데 2주차.

트랙터로 흙 갈고 새 비닐로 포장 두렁 만든다고 또 3주차.

만든 두렁에 씨 뿌리고 '올해도 풍성히'라고 두손 모으고 기도한다고 4주차.


한달이 지났다. 물론 주간 단위로 만나는 작물들은 그 성장속도를 뽐내며 엄청난 기쁨을 선사한다.

하지만 불편한점도 있다. 시간시간 자라는 작물을 다 나누지 못할 때도 있고, 비가 오고 몸이 실실할 때, 깻잎 부침개 하나라도 먹고 싶을 때 텃밭까지 가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그래서 올해는 내 손길의 은덕을 확장했다.

바로 베란더 텃밭.


남편이 상토를 가져왔고, 나는 아파트 재활용코너에 가서 스티로폼을 가져왔다.

상추, 쑥갓등 잎채소 몇 종 심고, 딸기도 심었다. 준비한 상토의 양이 많이 남자, 남편이 일을 더 벌리려 했다.

순간 나는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상토있으니, 스티로폼만 가져와라.

시장가서 모종 몇개 심으면 여름 한 철 든든할거다."

지인 둘이 나타났다. 그 중 한 사람은 완전 초보, 흙 담아주고 모종도 심어주었다.

덕분에 옥수수 모종 30여개를 선물 받았다.

원래 계획은 다음주에 옥수수 씨앗을 심는 거였는데. 아마도 선물한 지인은 분명 옥수수 10개는 가져갈 것이다. 자기도 한 몫 했다고.


새벽잠이 더 없어졌다.

그렇다고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책 몇 장 읽다가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며 아침을 맞는다.

오늘 아침엔 옥수수를 심어야지. 무엇보다 든든한 딸이 있으니 초보농사꾼 엄마를 도와주겠지 하며 길을 나섰다.


어디에 심을까. 아랫밭 두렁엔 조만간 고추를 심어야 되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벌써 다른 밭 주인들은 다녀갔나보다. 부지런 부지런 최상급.

다른 농부들의 말에 따르면 같은 종을 같은 땅에 심으면 수확량이 조금 떨어진다고 했다.


그럼 이번에는 윗 밭으로 가야지. 그런데 이미 감자들을 심었는데 어쩌지.

"감자 옆 구리 쪽으로 쭉 심으면 되요. 흙을 파 줄테니 하나씩 심으며 따라와."


갑자기 딸이 끼어들었다. 자기가 심어보겠다고. 딸도 역시 옥수수 10개는 가져갈 것이다.

묵직한 감자 밭에 살랑거리는 옥수수가 배배꼬며 속삭였다. "나도 여기서 살고싶어요."

철학자의 고뇌는 저리하라 할 만큼 신중한 노동하는 딸과 남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갑자기 감자가 남편같고 옥수수가 딸처럼 보였다. 부녀는 생김새도 닮았지만, 생각의 틀과 깊이도 닮았다.

옥수수 심는 것도 죽이 잘 맞아 척척이었다. 더 잘 심고 싶은 욕심에 가끔 까칠하게 아빠에게 톡 쏘는 회맛의 말투를 보이기도 하지만.


감자와의 동침을 희망한 옥수수 씨앗과 모종을 바라보며 흐뭇했다.

'어이쿠, 어서어서 열리거라. 하지감자도 좋고 옥수수도 좋고, 주렁주렁 맺어보자.'


이제는 돌아가야 할 길. 남편에게 차를 타고 먼저 가라했다.

딸과 걸으며 만보걷기도 채우고 살랑거리는 봄 그네도 타본다 했다.

지난주 아들과 같이 걸었던 길을 오늘은 딸과 걸었다. 2시간동안.


사람이 다르듯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선택도 달랐다.

먼 훗날 아들 딸의 갈 길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결토 변하지 않을 같은 것도 있다. 나와 남편의 아들 딸이라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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