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뿌려야지, 씨앗을 심나요

2020.4.5 텃밭이야기 4화

by 박모니카

새 식구가 온다고 코알라님이 '줄 땅이 있을까요?' 라고 물었다.

"땅이야 많지, 욕심만 거두면" 하고 생각했다.


아들과 한 시간 반 동안 아침 마실을 하면서 무소유의 행복이란 말을 되새기면서 밭에 도착했다.

부지런한 코알라님, 벌써부터 이 밭 저밭 콩나오나 배나오나 두루두루 살피고 있었다.


"어떻게 땅 좀 줘봐요. 제 친구인데, 이 쪽에서 저쪽도 못갈만큼 약해서 텃밭가꾸며 근력도 키워보고 사람도 사귀보라 했어요."

"아니, 그렇게 약하면 농사는 어떻게 짓는데요. 괜히 땅만 버리는 거 아닌가."


사실 지난주 위 목에 앉은 두럭을 욕심 많게 4두럭이나 경작해서 저걸 언제 다 채우나 걱정도 했다.

그런데, 아랫목에 있는 두럭 두개에 감자를 다 심고나니, 조만간 심을 고추땅이 부족해보였다.

일단 오늘은 상추류, 케일 등 잎 채소씨를 뿌리고, 거친 돌멩이도 골라내고, 퇴비도 좀 더 뿌려줄 요량이었다.


코알라님 친구가 왔다. 첫인상은 왠지 약함과는 거리가 먼 든든함과 호탕함이 가득 한 분이었다.

옆 언니에게 속삭였다. "언니, 약한 모습은 아니네요. ㅎ ㅎ"

새친구는 과감했다. "내 땅 어딨어?"


헉!

"저기 맨 끝 자리 경작해서 농사 지어야지"라고 코알라가 말했다.

어느 세월에 저 곳을 일구어 씨를 뿌린단 말인가.

그런데 경작해 놓은 내 두럭 4곳을 돌아보니, 오늘따라 더 작아보이는 심보는 무엇인고.


"두 두럭에는 고추를 심어야 하고, 한 두럭에는 잎 채소 씨를 뿌려야하고, 나머지 한 두럭에는 옥수수, 가지, 토마토, 오이 등 심어야 할 것 천지네" 맘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아니, 왜 이렇게 욕심만 늘지. 생태원 지숙씨 가족에게 줄 땅을 보았다.

작은 두 두럭을 합쳐 놓았더니, 오늘은 왠지 그 땅이 넓게만 보이네.


'아이구여, 이 가족들이 이 거 혼자 하기는 힘들겠다. 이 땅을 절반으로 나눠서 새친구에게 양보하라고 해야겠다.' 다행히 지숙씨가 동의했고 바로 코알라님과 새친구를 불러서 이 땅의 절반을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내가 땅 주인도 아니면서 혼자 속으로 북치고 장구치는 내 모습에 양심은 찔러댔다.

장미가시의 찌름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양심이 아팠다.


새 친구는 땅을 받았다. 지숙씨의 남편과 아이들은 감자씨를 가지고 와서 직접 심었다. 지숙씨는 사진을 찍느라 바쁜 모습을 보면서 10여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애들이 하는 일이면 그 어떤 것도 천사 아닌게 없을 때다.

아들이 거두어준 돌멩이를 치우고, 남편은 고랑을 내어준다.


"이리와서 씨나 잘 뿌리세요. "

"바람이 너무 센데. 씨들이 다 날라가겠어. 어떻게 심지."

"아이고, 마님. 씨는 심는게 아니고 뿌리는 거지. 바람이 불어서 날라가도 할 수 없으니 과감하게 두렁 가운데 서서 뿌리면 되요."


생각해보니 그렇다. 모종은 심고 씨는 뿌리고.

텃밭님네들! 씨 뿌린자리에 싹이 트면 떠다가 또 심으세요.

누가 심든 잘 자라서 잘 먹는것이 중요하니.

내집 네집 이웃집 그 너머 이웃집, 모두 나눠 먹는 것이 중요하니.

이렇게 만나, 모닝빵에 독일산 초콜릿 쨈 발라 나눠 먹는 것이 중요하구요.


이제라도 양심 고백합니다. 제 두럭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한 두럭 정도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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