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88

2022.7.14 정일근<목수의 손>

by 박모니카

요즘 말랭이마을 어른들과의 인터뷰를 기록하는 중입니다. 둔필승총(鈍筆勝聰), 우둔한 기록일지라도 총명한 기억보다 낫다는 말이지요. 저의 기억력을 믿고 메모하지 않거나 녹음을 덜한 부분을 다시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합니다. 명석한 머리처럼 보여도 결국 손발의 노고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 진리네요. 첫 번째 글쓰기책을 위해 메모지 수천장이 분신처럼 따라다녔다는 강원국작가의 말도 생각나구요. 평범한 작은 일상에서도 습관처럼 메모하도록 손에게 감사의 빚을 져야겠습니다.

오늘의 시는 정일근 시인의 <목수의 손>. 봄날의 산책


목수의 손 - 정일근


태풍에 무너진 담을 세우려 목수를 불렀다. 나이 많은 목수였다. 일은 굼떴다. 답답해서 저 일을 어떻게 하나 지켜보는데 그는 손으로 오래도록 나무를 쓰다듬고 있었다. 한참 후 그 자리에 못 하나 박았다. 늙은 목수는 제 손 온기가 나무에게 따뜻하게 전해진 다음 아, 그 자리에 차가운 쇠못 조심스레 박았다. 그때 목수의 손은 경전처럼 읽혔다. 아하, 그래서 木手구나. 생각해보니 나사렛의 그 사내도 목수였다. 나무는 가장 편안한 소리로 제 몸에 긴 쇠못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7.14 손.jpg

말랭이마을 어머니들과 바느질을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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