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91
2022.7.17 김예성<새벽밟기>
책방이 1일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어요. 첫 번째 손님으로 제 딸이 왔어요. 에어콘 없는 집을 나와 피서 온 게지요. 전 종이책을 보고 딸은 전자책을 보네요. 다른 때 같으면 종이책을 봐야지 했을텐데 그냥 받아들였지요. 제가 결코 되돌아가거나 앞서갈 수 없는 세대와 문화니까요. 게다가 ’그리스인 조르바‘라 하네요. 전 어려워서 중도에 포기했던 책이거든요. 중용과 한시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한가지는 분명한 것 같아요. 지금 제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것이 중용이고 그것을 한시로 읊었구나. 제 딸도 중용의 무대 위에 올라온 거겠죠. 딸과 함께 새벽밟기를 하며 두 손을 잡아봅니다. 오늘의 시는 김예성시인의 <새벽밟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새벽밟기 – 김예성
물의 향기는 흐름이다
그 흐름을 헤집고
고기들은 손발을 물결에 걸어놓고 한바탕 웃는다
물의 흐름은 하늘을 끌어당기듯
공이 박힌 손바닥으로 힘껏 물수레를 끌어당길 때
모래알은 수레바퀴에 밟혀도
아픈 몸을 참으며
가라앉은 허리를 내어준다
새벽 두 시,
나는 밟고 예리한 올빼미 눈으로
두 눈 부릅 떠 세상 한번 둘러보고
새벽을 지배한 사람답게
흐르는 물따라
그 물소리 허리에 고요히 감아 두르고
새벽을 밟는다
새벽을 웃는다
딸과 새벽 산책길책방 앞까지 덥석 달려온 먹구름 저 멀리 푸른 하늘이 보이는 새벽을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