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여름날의 소리 중 가장 밀도높게 들리는 것이 있나요. 저에게는 매미(蟬선)입니다. 보호색으로 어딘가에 붙어있을 매미가 오고가는 발길에 소리그물을 던집니다. 매미는 이슬을 먹고 산다하지요. 더 신기한 것은 매미는 입으로 울지 않고 온몸(등통)으로 운다네요. 하긴 긴 세월 땅속에 있다가 겨우 한 달 정도 살고 갈 인생. 온몸으로 짝을 불러야 다음 세대 자기 존재를 남기겠지요. 짝짓기 후 장렬하게 불태우며 끝나는 매미의 삶. 제 나이에 무리수인 줄 알면서도 한쪽 맘에서는 매미가 부럽습니다. 온몸으로 살다가는 그들의 폭발적인 사랑과 삶. 오늘 하루라도 열정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새벽부터 매미소리대신 비소리 들으며 옛사람들이 읊은 매미애창 시 읽었네요. 오늘은 정약용의 한시 <동림천선>을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동림청선(東林聽蟬) - 정약용
(동쪽숲속에서 매미소리를 듣네)
紫霞紅露曙光天(자하홍로서광천)
자줏빛 노을 붉은 이슬 맑은 새벽하늘에
萬寂林中第一蟬(만적임중제일선)
적막한 숲속에서 첫 매미 소리 들리네
苦境都過非世界(고경도과비세계)
괴로운 지경 다 지나가니 이 세계가 아니요
鈍根淸脫卽神仙(둔근청탈즉신선)
어둔한 마음 맑게 초탈하니 바로 신선이로세.
高飄妙唱凌虛步(고표묘창능허보)
묘한 곡조 높이 날려라 허공을 능가하는 듯
旋搦哀絲汎壑船(선닉애사범학선)
다시 애사를 잡아라 바다에 둥둥 뜬 배인 듯
聽到夕陽聲更好(청도석양성갱호)
석양에 이르러선 그 소리 더욱 듣기 좋아라
移床欲近老槐邊(이상욕근노괴변)
와상 옮겨 늙은 홰나무 근처로 가고자 하네.
<참고>
다산 정약용 선생(18년 유배 마치고 63세, 1824년)은 소서팔사(消暑八事)란 한시로 한여름 더위를 식히는 8가지 방법을 남겼네요. 그 중 한가지가 ‘동림청선’입니다.
매미소리를 들으면서 더위를 잊는 것이지요. 정약용 선생에겐 매미소리가 시원하게 들렸는데 우리들의 귀에는 어떻게 들릴까요. 마음따라 매미소리도 다르겠지요. 매미의 소리가 변한 것이 아니라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의 마음이 변한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