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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07

2022.8.2 천양희<친구>

by 박모니카

늦은 수업을 마친 후 왠지 허전하다 하니 아들이 동행하여 소위 심야의 치킨데이트를 했어요. 요즘 공부하는 임용고시준비에 대한 어려움과 ‘교육(敎育)’이란 무엇인가를 얘기했죠. “4년간의 교생실습을 통해 ‘가르침(敎)’에는 재능도 있고 좋아하기도 한데, ‘기를육(育)’자를 잘 실천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하더군요.

“누군가를 가르침이 ‘몸체’라면 기른다는 것은 ‘마음’이라. 사람이 자신의 맘도 다 알지 못하는데 타인의 마음을 알기는 하늘의 이치를 아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야. 몸체를 잘 다루면 서서히 알게 될거야, 걱정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절로 알게 되지 않을까” 라며 격려했지요.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한다’는 뜻이지요. 아들과의 대화는 저에게도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비단 공부 면에서만 이 말을 쓸까요. 삶의 모든 부분에 교학(敎學)하여 상장(相長)할 수 있는 지름길 중의 하나는 바르고 겸손한 벗을 만나는 일입니다. 당신과 교학상장할 수 있는 벗은 누구일까요.

오늘은 천양희시인의 <친구>. 봄날의 산책 모니카.


친구 – 천양희


좋은 일이 없는것이 불행한 게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것이 다행인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이나 원망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더러워진 발은 깨끗이 씻을 수 있지만

더러워지면 안 될 것은 정신인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투덜대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자기 하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은

실상의 빛을 가려버리는 거야, 친구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발길질이나 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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