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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08

2022.8.3 최민<언어연습>

by 박모니카

군산시에는 ‘동네문화카페’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5인 이상의 시민이 희망하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학습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강사를 파견하는 평생교육사업이예요.

저의 책방에서는 ‘그림책과 시 이야기’라는 주제로 교육카페를 열었어요. 책방지기 효영샘이 리더예요. ‘글자없는 그림책(wordless picture book)’으로 성인인 우리들을 환타지세상으로 이끌지요. 글자가 없으니 책을 보는 사람들, 각자가 자기 언어로 다른 스토리북을 만들 수도 있어요.

저는 ‘무형의 언어가 주는 자유’를 생각했어요. 일상에서 우린 너무 쉽게 언어에 매몰되고 구속되지요. 원치 않는 언어의 그물에 걸리면 본래의 사유가 마비되구요. 오늘만이라도 언어의 냉정함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언어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볼까요. 오늘은 최민시인의 <언어연습>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언어 연습 - 최민


책 속에 벌레가 있다

하늘의 기억에 구멍이 났다

안개 속에 피멍이 점점 커져간다

이해할 수 없는 일


​더욱 더 이해할 수 없는 약속

그 사이에서

새 말들이 생겨난다

아니에요


​사람은 원한으로 사는 게 아니라

희망으로 사는 거예요

저건 돌이에요


그냥 돌

저건 집이에요 그냥 집

저건 구름이에요 그냥 구름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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