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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14

2022.8.9 쏜애플(thornapple) <이유>

by 박모니카


“엄마, 이 노래 가사가 좋아요. 아침편지 쓸 때 가사한번 전해보세요.” 아들의 톡(talk)이었죠. 아들과 저는 음악적 취향이 비슷하여 클래식부터 가요에 이르기까지, 강한 비트보다는 부드러운 음률을 선호합니다. 단 이번노래는 특별히 가사를 Pick up해서 강조하네요. <내가 이리 높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까닭은 당신에게 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노래를 들으니 인연이 된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저도 역시 그 분들께 전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이 쌓이고 있어요. 때론 욕심이 커져서 제 그릇을 넘칠까 걱정할 정도로요. 그럴 때는 시 한 수, 글 한 줄을 읽으며 제 맘의 테두리를 단단히 매만집니다.

언젠가 말씀드렸지요. <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 思無邪 (공자왈, 시삼백, 일언이폐지, 왈 사무사)> 공자말씀, 시 삼백편을 한마디로 하자면,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 시경이 노래이니 오늘의 시는 쏜애플(thornapple)의 노래 <이유>의 가사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이유 – 쏜애플(thornapple)


내가 이리 견딜 수 없게

열이 심하게 나는 까닭은

하고픈 말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녁 처음 만난 그와

급히 인사를 나눈 까닭은

흙투성이 손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 이름의 마지막 글자로

나를 불러주길 원한 까닭은

이 작은 별이

내겐 너무 외롭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리 높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까닭은

당신에게 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아아

이런 두서없는 말들을

아아

하얀 새하얀 종이에 써서

아아

낯선 곳에 있는 우체통에 넣고

아아

누가 볼 새라 나는 도망쳐버렸네.


언젠가 너의 목마름이 그치면

언젠가 나의 목마름이 그치면

아아

제대로 도착했으려나

아아

글씨 못 알아보면 어쩌나

아아

읽지도 않고 버리면 어떡하나

아아

이런 걱정에 나는 밤을 새 버렸네.

8.9 책방새벽.jpg 오늘새벽 책방의 하늘은 어제밤의 그 모습에 안녕을 고하고 또 낯설어지네
8.9 책방밤하늘.jpg 어젯밤 책방의 하늘은 오롯이 달님만 사랑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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