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18 이생진<흰 구름의 마음>
8.18 목
새털같은 날의 깃털색이 궁금해졌어요. 매일 아침편지를 쓰는 저의 이야기깃털도 별의별 색깔이 다 있구나 싶어요. 저는 여름날의 구름을 사랑합니다. 특히 폭풍우 몰아친 후의 구름요. 책방언덕에 있으면 역동적인 구름이 늘 가까이 있지요. 얼굴표정도 정말 변화무쌍하구요. 덩달아 구름을 바라보는 제 마음속 감정의 파고도 때론 변덕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하지만 구름도 아는 것 같아요. 제가 얼마나 이곳 말랭이마을을 좋아하는지, 마을을 보듬어주는 구름을 사랑하는지를요. 때마침 지인이 시를 보내주었네요. 이생진 시인의 <흰 구름의 마음>에서 ’산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간다‘를 읽던 중 말랭이마을 뒤편에 헤쳐진 산 중턱이 마음에 걸립니다. 관광을 내세워 마을 산을 할퀴어 난 상처를 흰 구름이 다 덮어주길 소망합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흰 구름의 마음 - 이생진
사람은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땅에서 살다
땅에서 가고
구름은
아무리 낮은 구름이라도
하늘에서 살다
하늘에서 간다
그래서 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구름은
작은 몸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갈 때에도
큰 몸이 되어
산을 덮었을 때에도
산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