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9.2 브런치 매일쓰기 5
해마다 12월이 되면 한 해를 정리하면서 연간 목표와 계획서를 살펴본다. 그러나 어제 밤 우연히 올해의 목표를 쓴 노트를 보게 되었다. 다른 때 같으면 9월, 가을 신입생 맞이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기에 바빴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균형적이고 평범했던 일상이 오래전에 깨어졌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소상공인의 무너진 절벽은 무릇 타인의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세상 이치가 음과 양, 하늘과 땅, 낮과 밤, 여자와 남자 등 둘이 아닌 하나만의 존재가 몇이나 있겠는가. 코로나로 인해 텅 빈 시간이 늘어났다면, 그 시간을 채울 수 있는 다른 것이 있겠지 싶었다.
그렇게 시작 했던 것 중의 하나가 책 읽기와 글쓰기였다.
원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내 책을 가지고 가서 책을 읽을지라도.
책의 소유에 대한 마음이 너무 커서 대학 때에도 무작정 책을 사들이는 허황심이 문제가 된 적도 많았다. 많이 배우지 못했던 부모님 눈에는 책을 쥐고 사는 딸이 아주 큰 교수라도 될 줄 알았다고 하셨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었다.
하여튼 책은 나의 피난처도 안식처도 되고, 진실도 되어주고 때로 사치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삶의 질적인 재료로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함이 느껴졌다. 나의 생각이 없었다. 있었다 해도 바르게 해석되지 못하고, 외골수로 풀어졌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렇게 가난할 수가 있는가. 머리와 마음이 텅 비어서 양은냄비가 따로 없구나’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살며, 반 백세를 넘겼다.
작년에 지역의 서점에서 시작한 ‘에세이 글쓰기’는 나에게는 커다란 도전이자 일생에서 몇 번 없는 변화 중의 변화였다. 내 일생에서 나를 변화 시킨 전환점을 꼽으라면, 그 첫째가 결혼이요, 둘째가 아이낳기, 셋째가 대학원 진학, 그리고 네 번째가 바로 글쓰기 도전이다.
작년 9월 1주차에 글쓰기 수업이 시작되었으니, 만 1년이 되었다. 그 사이 블로그라는 것도 알게 되어 소소한 글들을 저장하고, 많은 이웃들과 소통하는 멋진 기회가 많았다.
아점 식사 인줄 알았던 브런치라는 곳에 4전5기로 들어가기 까지 알지 못하는 이웃들의 도움을 받았다.
또 하나의 글 쓰기 플랫폼 오마이뉴스는 코로나가 맺어준 햇빛과 같은 공간이다.
올 3월, 에세이 수업을 진행하는 상주작가의 추천으로 ‘코로나로 인해 겪는 학원이야기’를 써서 보냈더니, 뉴스 상단 1면 자리에 떡 하니 올라왔다. 더불어 글 잘 썼다는 칭찬도 받고 구독자의 수를 보면서 또 다른 목표에 도전하게 됐다.
“1주에 1 기사쓰기!”
부지런히 기사를 써서 원고료 받으면
“제일 좋은 노트북 사기!”
그 노트북으로 늦게까지 사무실에 있지 않고, 집에 가서 편안하게 무릎위에 놓고 쓰고 싶은 글쓰기 등을 소망하며 오마이 뉴스와의 인연을 만들었다.
5월까지는 나 스스로의 약속을 잘 지켰다, 다행스럽게도 취재 거리도 계속 있었다. 6월부터는 1주 1기사까지는 못하지만 월 2회 이상의 기사를 쓰고 있다.
뉴스 기사는 일반 글을 쓸 때와 많은 차이점을 보여준다. 가장 큰 차이점은 내가 살고 있는 사회 구성원과 프레임에 대한 눈 높이와 각도의 다양성을 알게 해준다는 것이다. 글쓰기의 주제도 다양하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이 바라보는 내 삶터를 중심으로 세상사는 이야기를 쓴다.
이미, 노트북 하나 살 정도의 원고료는 적립이 되었지만 아직도 찾지 않았다. 좀 더 쓰다보면 더 괜찮은 곳에 쓰여지지 않을까하는 기대심도 있어서다. 대학생이 된 아들 딸은 첫 아르바이트 해서 벌었다고 월급명세표를 보여 주었다.
딸은 “엄마, 왜 노트 북 안사요. 오마이뉴스 거 아직도 모자라? 곧 엄마 생일인데 엄마 내가 노트 북 사줄까?”라고 물었다.
그냥 받을까? 아니지, 우리 딸이 어떻게 번 돈인데. 나는 앉아서 타자기 몇 번 두드린거고, 내 딸은 시간당 9000원 받으며, 한 번도 안 해본 식당 알바해서 벌었는데.
단호히 말했다. “안돼, 그 돈은 그렇게 쓰지마. 네가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먹고 싶은거에 다 써도 좋아. 오마이뉴스거 털어서 노트북 살거야. 단, 올해 연말까지 더 쓰고 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