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9.6 브런치 매일쓰기 9
“당신도 한번 맞춰봐요. 내가 불러주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정약용, 아인슈타인, 링컨, 에디슨, 김대중, 노무현.”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통점은 ‘애민사상’아닐까?”
“너무 지지하게 나가지 말고, 난 지도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애민까지는 생각하기 힘들고만.”
“당신이야말고 뜸 들이지 말고 말해보소.”
“두두두두, 바로 ‘메모의 달인’이라는 점이지요. 아까 강원국 작가의 책을 읽는데 써 있었지.”
정약용은 ‘사소한 메모가 총명한 머리보다 낫다’(둔필승총)는 말을 남겼단다.
아인슈타인은 만년필과 종이, 휴지통,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어디든지 연구실이라 했단다.
링컨은 큰 모자 속에 노트와 연필을 자기고 다녔고, 에디슨은 3400권의 메모노트가 발명왕으로 만들었단다.
김대중 대통령은 메모광이란 별명이 있었고, 독서메모는 ‘대차대조 메모법’이라 불리워졌단다. 노무현대통령도 늘 메모지를 가까이 놓고 살았고, 위기 시에 메모지가 기억을 소생시켰단다. 작가는 대통령 연설비서관으로 있으면서 ‘적자생존’(적는자가 살아남는다)의 철칙을 몸으로 익혔다고 했다.
내 책상 주위를 둘어보니, 컴퓨터 여백마다, 자판기 빈 공간마다 포스트잇들이 즐비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스트잇의 형태는 새끼 손가락만한 분홍,노란,초록,파랑,주황5종 세트 포스트잇이다. 예전에는 탁상 달력의 날짜에 그 날의 일정을 써 놓았었다. 하나는 학생관리용, 또 하나는 학원 관리용, 다른 하나는 개인 일정용, 마지막 하나는 자원봉사 및 동아리 관리용이다. 그런데 할 일 이 많은 날에는 제 날짜에 다 쓸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색깔별로 포스트잇을 이용해서 붙였다가 그 일을 마무리 하면 떼어내는 방식을 선택하니, 훨씬 더 체계적인 것 같았다. 또 책을 읽을 때도, 포스트 잇의 가장 윗 부분에 핵심어만 써서 해당 페이지에 붙였다. 독후활동으로 서평이나 소감문을 쓸 때, 그 부분을 발췌하니 내 글을 옯기는 데 품이 덜 들었다. 그래서 나의 책에는 알록달록 포스트 잇으로 색동 저고리를 입혀 놓는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덮여진 책 사이로 나풀거리는 색동들만 보아도 왠지 뭔가를 잘 한 것 같은 푸듯함이 인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많이 들려주는 예시 중의 하나도 손의 힘과 기억력과의 상관관계이다. 오늘도 단어를 덜 외워 온 학생들과 말하면서 깜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너희들이 볼 때는 바보같은 학습법처럼 보일 수 있다. 눈으로도 얼마든지 기억할 수 있다고 믿겠지. 그러나 목격자의 진술이란 실험이 있어. 눈으로 본 목격자의 기억이 시간이 흐르면서 얼마나 희미해지는지를 관찰한 실험이야. 결국 목격자만의 진술로 형을 받은 사람들의 상당수가 무죄로 나왔단다. 우리의 오감 중에서 가장 정직한 기억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촉각이래. 그 촉각을 가장 지혜롭게 사용하는 것이 손과 발이고. 귀찮고 힘들겠지만 손으로 쓰면서 암기하도록 노력하자” 라고 잔소리를 또 했다. 아주 부드럽게, 엄마처럼.
나 역시도 글을 쓰기 시작한 후 메모의 양이 엄청 늘었다. 메모를 한 메모지를 종종 잊어버리거나, 장시간 보면서 겪는 취약한 시력에 걱정일 때도 있다. 그러나 이 메모하는 습관마저 없으면 나의 손을 어디에 쓸 것인가. 아마도 더 빨리 치매기가 올 지도 모르겠다 생각한다.
구슬도 꿰어야 보물이 된다고 했다. 강원국 작가도 첫 책이 나오기 전까지 1700여개의 메모지가 있었다고 했다. 글쓰기가 쉬워지기 위해서라도 적든 많든 매일매일 메모하는 실천을 하려한다.
점점 노년이란 기차를 타고 있는 나의 기억력이 가진 한계는 분명하다. 모든 것들을 다 세세히 기억할 수가 없다.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쓰는 행위를 하는 지금, 메모하는 행위역시 나의 또 다른 글쓰기임을 내 몸이 기억하도록 노력한다.
<메모의 힘>을 쓴 유근용작가는 ‘메모를 매일 모으는 성공의 조각’이라고 했다. 성공의 모습은 사람마다 제 각각이다. 인생의 성공이란 범주에 다양한 성공의 파티션이 있다. 경제적 성공, 정치적 성공, 학문적 성공 등.
나도 역시 성공하고 싶다. 그러나 나의 성공은 이런 성공이 아니다.
‘나눔의 성공’이다. 이 성공의 가장 밑바탕에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는 메모의 힘이 있기를 희망한다.
엄마도 항상 말씀하셨다.
"일을 쌓아 놓고 언제 저 일을 할랑가 싶다가도 어느새 손이 다 해 놓더라. 눈이 게으름이고 손이 보배다. "
아침부터 카톡에 “카톡카톡‘ 알림과 함께 내 생일을 축하하는 인사들이 올라왔다. 감사의 글을 작은 온라인 메모로 답했다. ”흐음, 오늘도 잘 살았다. 수고했네. 모니카“라고 자축의 메모를 남기며 하루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