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77

2023.1.21 바람<섣달 그믐날에> 李世民<守歲수세>

by 박모니카

오늘은 음력 표현으로 섣달그믐날입니다. 요즘은 덜 쓰는 용어라 낯설지요. 섣달은 음력 12월, 그믐은 각 달의 마지막 날을 뜻하지요. 저는 어부셨던 아버지와 제사를 지내는 친정의 문화로 매우 익숙한 단어랍니다. ‘섣달‘의 어원은 설이 드는 달이란 뜻에서 나왔구요. ’그믐’은 달의 모습이 사그라들다 의 옛말인 ‘그물다’에서 왔습니다. 하여 그믐달은 보름달의 정반대, 가장 작아진 달을 말합니다. 오늘 제 친정은 설날 아침 차릴 음식 장만으로 부산스러울거예요. 엄마의 말씀 중에, ’소리없이 나갔던 임도 섣달 그믐에는 찾아온다더라‘ 하셔서 ’무정한 임이고만, 뭐하러 기다린데요?‘라고 하니 기다림에 익숙한 어른들은 제 맘과 다른가봐요. 아마도 설날 차례상에 놓일 아버지 떡국이 그리운 임을 기다리시는 마음이겠지요. ’섣달그믐이면 나갔던 빗자루도 집 찾아온다‘라는 속담을 읽으며, 오늘 밤 멀리 사는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훈훈함을 그려봅니다. 직접 만나지 못한 분들에게 전화나 문자라도 드리며, 빗자루보다는 좀 나은 사람의 신호를 보낼까 합니다.

오늘의 시는 두 편입니다. 바람님의 <섣닫 그믐날에>와 이세민(당태종)의 한시 <守歲(수세) 섣달 그믐날 밤에>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섣달 그믐날에 - 바람


난생 처음 맞는

어머니 없는 설을 어이할까요?

남들은 잘도 견뎌내는데

철부지 설워 설이라 했으리

이방인처럼 던져진 낯섦에 저미는 아픔

겨울 탓만은 아니겠지요


코흘리개 시절 장터를 돌고 돌아

해맑은 미소로 입혀 주던

새 옷에 검정 고무신

들떠 그믐 밤을 꼬박 세우고

당연히 받던 세뱃돈

무정한 세월이 훔쳐 가네요


섣달이면 문풍지 울리는 귀곡성도

솜이불 아래 해진 양말 꿰매는

어머니 곁이면 끄떡없어요

천 리 길 정겨운 그리운 형제자매도

시나브로 뜸해지면 어떡하나요


구수한 떡국에 목이 메고

선영에도 봄이면 꽃은 피련만

아련한 눈빛 따스한 손 어이 만져요

그래도 애틋함이 피어오르면

더러는 우리 곁에 오실 거에요



守歲(수세) 섣달 그믐날 밤에 - 李世民(당나라의 시인)

暮景斜芳殿(모경사방전) 노을은 꽃다운 전각에 비껴들고

年華麗綺宮(연화려기궁) 해는 아름다운 궁성에 화려하다

寒辭去冬雪(한사거동설) 추위 꺾이니 겨울 눈도 갔는가?

暖帶入春風(난대입춘풍) 봄바람 불어 따스해질 무렵이라

階馥舒梅素(계복서매소) 섬돌에 질박한 매화향이 퍼지고

盤花卷燭紅(반화권촉홍) 쟁반의 꽃빵도 촛불에 붉어진다

空歡新故歲(공환신고세) 새로운 구세에 공연히 기쁘나니

迎送一宵中(영송일소중) 보내고 맞이함이 하룻밤 사일세

사진작가 지인의 작품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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