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78

2023.1.22 염경희<어머니의 떡국> 양광모<떡국을 먹으며>

by 박모니카

벌써 떡국을 드셨을까요. 요즘은 떡국용 떡을 사서 설을 준비하지만 떡 썰기의 재미를 알지요. 떡국 먹으며 흰 쌀떡처럼 새롭게 태어나고픈 날이네요. 학생들에게 설날을 물으면 가장 먼저 ’세배돈 받는 날‘이란 말을 하지요. 그럼 전 일부러 또 묻습니다. 무엇이 떠오르는지. 그중 초등4 학생이 말하길 ’제사상 보는 거요‘라고 말해서 ’호올’ 감탄사를 보내주었죠. 아마도 그 학생은 집안의 어른들이 후손에게 전하고픈 명절 고유의 가치를 잘 배우면서 자랄거라 생각했어요. 어젯밤에는 제 아이들(대학졸업하니 성인이라 하면 졸업식 전이라 유효하다고 우기죠^^)과 20여명에 달하는 조카들의 세배돈을 준비했죠. 항상 깨끗한 신권을 마련하여, 각 봉투에 그들의 이름을 쓰고 마음으로 미리 기도하죠. ‘올해도 건강, 부모에게 효도, 공부는 무조건 열심히’라구요. 친정에서는 왕고모이자 이모, 시댁에서는 작은엄마, 큰엄마로서 세배도 받고 덕담도 합니다. 형제끼리 맞절도 하고요. 일년에 한번 있는 이 설날이 없었더라면 가족과 친지, 이웃 공동체가 언제 서로 인사를 나누며 복을 빌어줄까요. 이 편지를 받으시는 당신께서도 ‘새해 복 많이 만드시고 받으소서!’ 오늘의 시도 두 편, 염경희 시인의 <어머니의 떡국> 과 양광모 시인의 <떡국을 먹으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어머니의 떡국 – 염경희


그믐달이 빼초름이

지는해 아쉬워 붙잡듯

창가에 슬그머니 내려앉는다


객지에서 발이 묶인 자식

애달픔에 어머니는

홍두깨 방망이만 굴리며

눈시울을 적시는 밤


정성으로 버무려

사랑으로 빚은 만두

달빛에 길을 물어 물어서

자식 집으로 보내시고

눈썹이 하얗도록 아침을 기다린다


새해 첫날!

창가에 내려앉은 햇살

하나솥 담아 떡국 끓이시고

아침 까치 울음소리에

고운 상차림 해 놓으신 어머니

굽은 허리 애써 펴고

주름진 이마에 두 손 모아

저 멀리 동구 밖 길목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계시네.



떡국을 먹으며 – 양광모


먹기 위해 사는 게 인생은 아니라지만

먹고 사는 일만큼 중요한 일 또 어디 있으랴

지난 한 해의 땀으로

오늘 한 그릇의 떡국이 마련되었고

오늘 한 그릇의 떡국은

새로운 한 해를 힘차게 달려갈 든든함이니

사랑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설날 떡국을 먹으면

희망처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아물지 않은 상처마다 뽀얗게 새살이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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