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답게 눈이 왔더라면... 내심 기다렸답니다. 일주일 전 받았던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기>. 설날 전날부터 책방 문을 닫고 동굴 속처럼 고요히 밤새워, 온전히 푹 빠져서 읽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요. 동갑내기 작가는 저는 상상도 못하는 또 다른 삶의 무대에서 살았네요. 아버지의 ‘사회주의, 빨치산, 민중, 빨갱이’ 등의 말로 평생이 채웠졌던 무대. 아직도 부분적으로 금기어에 포함되는 이 말들을 유쾌, 상쾌, 통쾌 시리즈로 시대의 아픔을 팩트 같은 픽션으로 잘도 엮어놓았습니다. 꼭 읽어보시길 강추합니다. 잠시 마을 골목길을 한 바퀴 돌다보니, 까치들, 고양이들이 가족단위로 돌아다니더군요. 아마도 인간세 설날을 아는가 싶었어요. 오랜만에 북쪽나라 시인 백석과 이용악의 시 중 눈 내리는 풍경과 설날에 대한 시를 읽고 있는데, 마침 한국화가인 동창이 그림 한 장을 보내주었어요. 안개병풍 속 논밭을 덮은 설경그림을 보며 대단한 재주에 박수를 보냈어요. 지난 며칠 무거웠던 몸의 먼지를 털털 털어낼 시간이 되어서 오늘은 무엇을 할까 궁리 중입니다. 호젓한 곳에서 글을 쓸까, 산책하며 사진 찍을까, 아님, 벗을 만날까. 부디 오늘도 당신의 시간은 튼실한 그물이 되어 팔팔 튀어오르는 대어 한 마리 걷어 올리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