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9 양광모 <목포에 오시거든>
목포에서 아침을 맞습니다. 목포 하면 유달산, 영산강, 항구, 근대역사거리, 김대중대통령, 근접한 신안군과 무안군 등이 떠오릅니다. 생전에 고기 배를 탔던 친정아빠는 목포항에서 만선의 출하를 종종하셨죠. 그래서 왠지 군산의 이웃같은 친근함이 있어요. 새해되어 벗들과의 첫 여행지로 목포를 정했었죠. 그런데 우연히 며칠 전 올린 시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한다>를 쓴 양광모 시인이 목포에 계셔서 독자와의 만남, 차를 마시기로 약속했어요. ‘중년의 여자들에게 여행은 무엇일까요?’라고 벗들에게 물었어요. 결혼 후 처음으로 남편없이 외출한 후배는 ‘나의 해방일지의 첫 페이지’라고 말하네요, 다른 벗들은 ‘열정의 색, 빨간 딸기를 먹은 찹쌀 떡 같은 맛’ ‘아줌마들의 밤샘수다’ ‘시인을 만날 떨림을 가진 소녀’ ‘나 자신을 위한 이벤트’ 등 그럴싸하네요. 작년 가을 문헌서원에서 하룻밤 수다 추억이 좋아서 뜻을 모았죠. 두 다리가 성하고 가슴이 뛸 때 여행을 다니자고요. 저의 시 나눔을 지지하는 벗들은 특별한 주제의 담론이 아니어도 소소한 얘기마다 웃음이 퍼집니다. 하얀 눈 한 방울에도 시인이 되고 까르르 웃는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무장해제의 비결, 바로 여행이네요.
오늘은 양광모시인의 <목포에 오시거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목포에 오시거든 - 양광모
목포에 오시거든
유달산 일등봉 이등봉에 올라
시아바다 바라보며 소리치시오
인쟈 내는 등수랑은 그만 집어치울라요
목포에 오시거든
영산강에 해 떨어질 무렵
갓바위 귀에 대고 넌즈시 속삭이시오
인쟈 내도 갓 쓰고 지팽이 짚고 세상이나 떠돌라요
목포에 오시거든
평화광장 어슬렁어슬렁 거닐다가
아무 데서고 넋없이 앉아 한나절 게으르시오
그러니께 입때까정 내가 전쟁터에 있었단 말이요
아무래도 사정이 그리 되지 않거들랑
홍삼합에 막걸리 한 잔은 꼭 자시오
세상의 모든 목숨
오래 삭을수록 향이 점점 강해지는 법이니
생의 일들이 못견디게 힘들 때
훌쩍 목포로 떠나오시오
목포에 오시거든
그대의 눈물과 상처
뼈까지 푹 삭히고 흔적도 없이 돌아가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