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88

2023.1.30 정태춘 <시인의 마을>

by 박모니카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의 시 한 구절에 남쪽바람을 묻혀서 군산에 오니 역시나 ‘해망동 칼바람‘이 쟁쟁히 살아있더군요. 하지만 그 바람 역시 한 겨울의 서슬기는 사라지고 절로 가슴풀어 꽃 망울을 부르려고 합니다. 법정스님은 말씀하길, 꽃의 향기를 어찌 그냥 맡을건가. 향기를 한 순간에 가져가긴 미안하니 꽃향을 들어보라(문향聞香)했어요. 거리에서 목련의 솜털달린 어린 봉우리를 슬쩍 만져보았지만 역시 봄 꽃향의 여왕은 매화나무 꽃이죠. 텃밭 옆 홍매화나무 한그루가 있는데요, 부지런히 단장하고 있을 그들의 소리를 들어보러 점심 후 차 한잔 들고 나들이갈까 합니다. 매일 시를 만나는 아침편지는 진짜 저의 행복한 시간입니다. 시를 읽는 것은 봄의 꽃 향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지속적인 향기를 뿜어내지요. 바로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 이런 사람들이 모여사는 시인의 마을을 그려봅니다. 저는 말랭이마을에서, 당신은 또 그 마을에서요. 오늘은 노래도 잘하는 시인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시인의 마을 -정태춘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 펄럭이며

당신의 텅빈 가슴으로 불어오는

더운 열기의 세찬 바람

살며시 눈 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벗들의 말 발굽소리

누가 내게 손수건 한장 던져 주리오

내 작은 가슴에 얹어 주리오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 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오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 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우산을 접고 비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건네 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 동무 되어 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되어 주리오

https://youtu.be/vUjJkIefL8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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