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90

2023.2.1 이채 <2월의 기다림>

by 박모니카

봄으로 가는 징검다리 달 2월이네요. 키가 가장 작은 달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언뜻 떠오릅니다. 춘 삼월, 봄맞이하려는 모든 생명들이 가장 길게 기지개를 펴도록 품 넓게 제 자리를 내어주는 달이니까요. 어제는 점심 후 사무실로 들어가려는데 차창 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차가웠던 몸이 스스로 눕더군요. 은파호수가에서 잠시 누웠다 가고 싶었죠. 봄빛처럼 날이 좋아서인지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어요. 눈을 붙이려는 마음이 사라지고 물가에서 노는 물닭과 백로 곁으로 갔어요. 살얼음 밑에서 살랑거리는 은파물결, 버드나무 밑 도도히 서있는 백로, 먹이 찾아 웅성거리는 물닭들, 그리고 겨우내 쌓인 짐을 터는 듯이 열심히 걷는 사람들 속에서 저는 풀밭에 앉아 한참을 하늘만 보았습니다. 아침에 읽었던 신경림 시인의 시 구절도 떠올리구요.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 한 시간여 자연과 벗하니 학원 일에 쌓였던 시름이 덜어졌지요. 구름처럼 물처럼 막힘없는 운수대통(雲水大通)으로 2월 첫날을 시작하시게요.

오늘은 이채 시인의 <2월의 기다림> 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2월의 기다림 - 이 채


내 당신 기다림에 얼음이 되었어도

내 가슴 벌써 분홍 꽃이 피었어요

아침 햇살에 작은 가슴 열었더니

소복이 꽃망울이 맺혔는데

당신을 기다리는 내 뜰은

벌써부터 향기로운 봄꽃이에요

봄보다 마음 먼저 실려 오는

2월의 기다림

눈꽃이 흩날리던 긴 겨울도

내 창을 햇살에게 내어주고

하얀 손을 흔들고 떠나가요

잘 가요. 하얀 아가씨


지난밤 아무도 없는 그 뜰에도

여전히 달빛 고운 그리움 내리고

하얗게 쏟아지는 별들의 미소에

간절한 마음 작은 소망 실었더니

이제 정말 봄이 오려나 봐요

어서 와요. 예쁜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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