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니 꽃이 필까요, 꽃이 피니 봄이 올까요. 입춘을 앞뒤로 연일 냉기온이 풀어지니 마음도 덩달아 부드러워집니다. 감기로 다소 접혀있던 맘이 풀려 가까운 벗들과 이른 봄맞이 점심을 먹었지요. 산 너머에서 오는지, 강 건너에서 오는지 모를 꽃과 나무 향기를 쫒아 산책했네요. 목련꽃 봉오리, 매화꽃, 천리향꽃, 황금귤나무, 하얀철쭉, 꽃기린, 전나무, 버드나무, 느티나무 따라 일부러 사뿐사뿐 걸었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나며 겁먹은 눈으로 새봄을 보려는데 저의 숨소리, 옷자락마저도 태풍처럼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그러니 걷는 내내 조심하고 배려해야지 싶었어요. 돌아오는 길에 올해 처음으로 채취한 고로쇠물을 얻었습니다. 봄의 일번지 매화꽃보다도 먼저 깨어나 '봄을 만드는 나무'가 고로쇠나무라고 하네요. 겨우내 깊은 땅 밑 어느 곳까지 뿌리를 내려야 그리 많은 물을 모으는지 이른 봄이면 고로쇠 수액 채취가 한창이지요. ‘뼈에 이로운 나무’라고 한자어로 골리수(骨利樹)라고도 한다네요. 감기가 멈추지 않아서 한잔 마셔보니 달콤하고 신선해서 냉큼 가져왔습니다. 물은 생명의 근원, 나무가 준 물을 마실 수 있는 이 순간이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