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295

2023.2.6 박노해 <별에 대한 가장 슬픈 말>

by 박모니카

넓은 당신 품에 들어온 보름달님, 꼭 껴 안으셨나요. 새해가 되었어도 아직도, 전하지 못한 소망, 달님께 들려주었겠지요. 아마도 지상의 사람들이 비는 두 손의 열기에 달님의 얼굴이 반쪽이 되어 크기가 더 작아졌을거라 생각했네요.^^ 어젠 미사의 강론에서 ‘빛과 소금’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둘 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서 세상을 밝히고 세상을 썩지않게 한다고요. 엊저녁 귀가길에 밤하늘에서 빛나는 달님의 빛을 보면서, 또 친정엄마가 보내준 보름찰밥과 구운 김 위 소금을 보면서 강론의 말씀이 다시 떠올랐어요. 사람에게 말과 글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소위 ‘안고 없는 진빵,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었을거예요.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에서는 '말이 갖는 온도'얘기했죠. 언어에는 따뜻함과 차가움, 나름의 온도가 있다구요. 어제는 언니와 갑작스런 이별의 아픔을 겪은 후배에게 작은 정성을 모아 온기 있는 언어로 그녀의 슬픔을 감싸주었습니다. 오늘 제 언어의 온도계 빨간점이 제 자리에서 중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박노해 시인의 <별에 대한 가장 슬픈 말>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별에 대한 가장 슬픈 말 – 박노해


별에 대한 가장 슬픈 말이 있다

우리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았을 때

그 별은 이미 죽었는지도 모른다는 말


저 별도 영원하지 않고 별도 죽는다

우리 눈에 도착하는 수억 광년 사이

그 별은 이렇게 별빛만 남겨주고

이미 소멸되어 갔을리라

지금 빛나는 건 이미 죽어간 존재,

몸은 죽어 빛이 된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내 가슴에

별의 지도가 되어 살아오느니

오직 빛에 새긴 그 사랑만 남아,

사랑으로 자신을 사르지 않는 인생은

밤하늘에 총총한 저 별 하나

영원한 그리움으로 빛낼 수 없으니


자신을 다 불사른 자만이 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자기 소멸의 궤적이여

오늘 소리 없이 사라지는 별들이여

다시 찬연하게 살아오는 별빛이여


별이 빛난다

죽은 별이 빛이 되어

내게로 오고 있다

‘빛에 새긴 사랑’으로

군산 보름날 밤
영산강 앞 새벽달 이라네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