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시 꼭 주제가 있어야 재미를 느끼는 저의 관성을 허무는 경우가 있어요. 일명 ‘아줌마들의 수다’ 주인공, 20년 된 지인들과의 만남입니다. 동갑내기부터 10년차 후배까지 있는 이 모임에 가보면, 어느새 왕언니 대접을 받으며 자꾸 의자등받이와 한 몸이 되는 자세를 갖지요. 숟가락, 젓가락, 좋아하는 음식 등을 챙겨주느라 서두는 후배들이 왠지 예쁘게만 보이고, 그들의 말 한마디에도 두 귀가 쑤욱 커지면서 마치 인생을 다 산 누군가의 관조를 즐기죠. 수다의 소재들을 펼쳐보면 다양성과 연계성이 어쩜 그리 변화무쌍한지요. 끊어질 듯 하다가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소재로 이어지는 맛있는 여자들의 수다, 매력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들 모두 전문가로서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데, 만나면 서로를 우애하는 마음이 넘쳐흐르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요. 사랑을 나타내는 말로 사랑 愛, 자비 慈悲, 어질 仁 등으로 표현하지만 다 모아서 한마디로 말하면 ‘내 몸처럼 아끼다’라고 하더군요. 남을 내 몸처럼 아낄 수 있다면 이미 도인, 성인 일거예요. 그러나 저 같은 평범한 사람도 ‘사랑은 아껴주는 거야’라는 이 말을 능히 실천할 수 있다고 믿지요. 기쁜 일에 더 기뻐해주고, 슬픈 일에 더 슬퍼해주는 공감의 마음그릇을 찾는 일. 소소한 수다에서도 가능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