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이 우리가 살던 곳인데... 이렇게 이쁘게 변했네. 기분이 너무 좋아서 구경왔어요.” 책방손님 여자 두 분이 문을 열고 말했어요. 깜짝놀라서 ’이 집에 살았었냐고‘ 물었죠. 시집가기 전까지 살았다고, 오른쪽 앞집은 ’테레비집(유일하게 TV가 있던 집), 아래 옆집은 수돗물집(공동수도물을 팔았던 집)‘이었다고, 이곳저곳을 설명하더군요. 책방이 생기기 전 원래 주인이 누구였을까 늘 궁금했었거든요. 동 이름도 ’말랭이마을‘로 바꿔져서 본인들도 신기했다고, ’고씨 댁‘하면 모두 알거라고, 당신의 아버지 마지막 상여도 이곳에서 있었다고 등 여러 재미난 얘기를 해 주었죠. 골목마다 빼곡히 집들이 가득해서 발아래 지붕들이 맞대어 있어서 당신 집(원래는 친정아버지가 직접만든 나무집)이 이렇게 높은 곳에 있는 줄 처음 알았다네요. 50여년 전으로 돌아가 이웃집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며, ’누구네 집 친구는 어디서 살까, 보고싶다.‘라며 두 분이 한참동안 옛 추억에 젖어 책방에 머물렀지요. 무엇보다 당신들이 살던 집이 이렇게 이쁜 책방이 되어서 앉아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오히려 저한테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어제 만난 손님 중 제 맘을 가장 들뜨게 한 분들이었죠. 어릴적 커 보이던 동네마당, 길어보이던 동네골목, 많아보이던 동네집들. 저도 어린시절 제가 살던 군산의 곳곳을 걸어다니면 매번 그 느낌이 있지요. 비록 가난했지만 더 할수 없이 풍요로웠던 그 모습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사는 지역은 달라도 말랭이 마을에 와서 그들의 행복했던 어린시절을 눈물 찔끔 거리며, 웃음으로 풀어 얘기하는 방문객들. 책방역시 소중한 추억의 시공간이 되어서 다행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