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기대어 새벽공기를 마시니 찬 바람이 많군요. 어젯밤 늦은 귀가길에도 제법 사나운 바람과 동행했죠. 토요일엔 따뜻하고 좋은 날로 사람들이 말랭이를 찾길 기대하면서요. 누구나 그렇듯이 봄이 온다고, 오는 봄을 기다리죠. 내가 머무는 곳 말고 어디에 또 봄이 왔을까? 근처에 있는 옥구들판을 지나게 됐어요.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워야 봄이고, 내가 토해내어야 봄이라. 내가 봄의 주인이라‘라고 한 어느 분의 말이 떠오르데요. 시력이 안 좋은 제 눈에도 들판에 푸른 빛이 가득해서 논고랑 사이로 내려갔죠. 이 계절에 푸른 기상으로 논을 지배하고 있는 이가 누구일까요. 바로 ’보리싹‘. 손가락 한 뼘 정도 자란 보리싹들이 그 넓은 들판에 가득했어요. 추수했던 햇누런 볏단 밑둥들이 없었다면 보리싹의 태생이 어느 땅에서 누구를 이어 태어났는지 깜박 잊었을거예요. 보리와 쌀, 음양 기운의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주는 햇빛 바람 속에 앉아서 사진 몇 장 찍으면서 다시 생각했죠. ’그래, 봄을 찾아나선 내 발걸음에도 봄이 있고, 푸른보리싹을 바라보는 내 눈에도 봄이 있구나. 내 맘에 봄을 세우지 않으면 봄이 왔다해도 찾아온 봄을 볼 수 없겠구나‘. 2월의 마지막 토요일입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봄을 세우고 계실까요. 나중에라도 꼭 들려주세요. 오늘은 책방 작명시 한쪽 날개가 되어준 안도현 시인의 <봄날, 사랑의 기도>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