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글어질 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없다면 봄이 왔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제 찾은 비바람을 보며 ’맞구나. 어김없이 올해도 찾아오네‘ 라며 봄날 속 꽃샘추위를 느꼈습니다. 저만해도 그동안 무거웠던 옷 무게도 덜어내고, 읽고 쓰던 글 무게도 조절하며 올해 더 중요한 목표를 위해 재밌고 유쾌한 몸짓만을 그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추워져서 괜스레 머릿속만 복잡해지더군요. 머리도 식힐겸 가벼운 여행길에 올랐답니다. ’너는 아무리 바빠도 자식이 살고 있는 방 한번은 봐야지. 좁다고 하는디 어떻게 생겼는지도 보고, 명색이 학교선생인디 먹고사는 꼴도 챙겨보고.‘라는 친정엄마의 말씀도 수행?할겸 해서 아이들을 만나는 여행이었죠. 비 오는 날 버스 타고, 창가에 앉으니 새겨지는 빗방울에 절로 옛 생각도 나구요, 저의 젊은 시절 보따리 들고 왔던 엄마의 자리에 제가 앉아있는 듯 별별 추억이 떠오르더군요. 저도 엄마가 챙겨주신 빨간보따리(손주들 먹이라고 음식을 싸주었죠)를 발밑에 깔고요. 7080세대 가수 이문세, 최성수, 이선희, 양수경 등이 부른 ’비 노래‘도 들으면서, 정여울작가의 <나의 어린왕자>를 읽었네요. 나의 내면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 만나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었을까 하면서요. 딸에게 주려고 챙겼던 이 책이 오히려 저를 다시 챙겨보게 하는 마법사였습니다. 또 다른 날이 시작되네요.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아‘라고 어린왕자는 말했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당신 옆에 있으니 한번 자세히 봐. 늘 볼 수 있어.‘라고 말하고 싶은 새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