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농사 6년째입니다. 이쯤되면 제법 흙냄새정도는 베어야 되는데, 매번 밭에 갈때마다 두리번거립니다. 그나마 동절기 거친 땅이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땅으로 변하기까지의 과정을 알고있는 것 만으로도 많이 배운셈이죠. 작년에는 책방을 핑계로 작물들의 성장을 거의 살피지 않았더니, 수확뿐만이 아니라 밭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함께 하지 못했답니다. 여름 하지에 캤던 ’하지감자‘를 끝으로 방치해놓은 밭. ’무슨일이 있어도‘라는 결기를 가지고 찾았습니다. 욕심만 많아서 지인들 땅보다 두 배 이상 얻은 땅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빛바랜 회색풀들이 가득했어요. 발에 닿는 그들의 푸석거리는 소리는 이내 낫이 내는 사각사각소리로 바뀌며 고운 황토가 드러나더군요. 엄마는 항상 말씀하시죠. 눈처럼 게으른 것이 없고 손처럼 부지런한 것이 없다고요. 다섯시간에 걸쳐 엉덩이 걸음으로 낫질 호미질 괭이질을 했더니 드디어 이곳저곳에서 길고도 크게 한숨을 토해 내쉬는 밭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참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구나‘ 몇 달동안 모른체 했던 미안한 맘에 오랫동안 맘속으로 안부를 주고 받았네요. 제 몸은 ’오메오메 이러다 죽겄다‘ 했지만 제 맘은 ’아구야, 이렇게 좋을수가‘라고 했어요.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꽃을 피우며 제 역할을 끝내는 냉이꽃, 들풀꽃들과 굿바이하며 다음주에 경운이가 만들어줄 곱고 매끈한 밭두렁을 기다립니다. 촉촉한 봄비가 내리네요. 맑고 향기로운 휴일에 비타민 같은 봄비가 되길... 오늘은 이수복 시인의 <봄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