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33

2023.3.17 신경림<고목을 보며>

by 박모니카


‘등하불명(燈下不明)-등잔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있지요. 세상 모든 일을 다 알 수 없지만 정말 소중한 것들이 가까이 있음에도 눈이 어두운 경우가 많아요. 말랭이마을만 해도 그랬답니다.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길래 이곳에 와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나 생각하곤 하지요. 어제 어떤 모임에서,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수령600년)이야기를 동화로 쓴 작가 김영기선생님의 <하제 팽나무 옹이 요정들>의 문화활동을 들으며 또한번 등하불명인 우리의 현실을 생각했지요. 600년 동안 우리 땅에서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일들을 보고 들었을 팽나무. 이제는 미군주소가 매겨질 땅에 서서, 그 비통한 현실 앞에서 단명될지도 모를 팽나무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모르지요.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을 통해서라도 서서히 알려지길 희망할뿐입니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들은 칼보다 더 무섭다는 ’글의 힘‘으로 동화뿐만아니라 다양한 글 매체를 통해 ’무엇이 정의인가‘를 토해내는 용기있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단지 수령이 오래된 나무여서 보존하는 운동이 아니고, 그 나무가 상징하는 정신과 몸의 메시지를 언어적 메시지로 바꾸어 지속적으로 대중을 이끄는 노력, 그게 바로 글쓰는 사람이 할 일이지요. 개인들의 노력과 끈기에 한계가 있다 할지라도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지속하고 단합한다면... 우리의 땅에 당당히 서 있어야 할 그의 정신이 이어지지 않을까요. 팽나무보존을 위해 수고하는 지역의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신경림시인의 <고목을 보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고목을 보며 - 신경림


그 많던 꿈이 다 상처가 되었을 게다

여름 겨울 없이 가지를 흔들던 세찬 바람도

밤이면 찾아와 온몸을 간질이던 자디잔 별들도

세월이 가면서 다 상처로 남았을 게다

뒤틀린 가지와 갈라진 몸통이

꽃보다도 또 열매보다도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은

그래서인데

내 몸의 상처들은

왜 이렇게 흉하고 추하기만 할까

잠시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게 하던

감미로운 눈발이며

밤새 함께 새소리에 젖어 강가를 돌던

애달픈 달빛도 있었고

찬란한 꿈 또한 있었건만

내게도

우리땅 어디서나 붉은 동백이 피어나길!
군산 하제 팽나무 어른에게 새해 첫날 큰 절을 올렸던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팽나무 동화를 듣고 초등1학년 학생이 쓴 일기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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