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32

2023.3.16 임영조<삼월>

by 박모니카

말랭이마을에서 제 일의 풍경은 파란하늘 속 흰구름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작년에도 물 한모금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보는 병아리처럼, 거의 매일 하늘보며 구름벗과 얘기했던 기억이 몽실거리네요. 다시 태어나면 ‘구름이 되고 싶다’라는 말을 밥 먹듯 했는데요, 어제 점심엔 꽃샘바람에 맑아진 공기 덕분에 뭉게구름이 유독 예쁘게 보였어요. 산 위 정자에 앉아 온몸으로 봄의 기운을 얻었습니다. 수시탑 가는 길, 정자주변에서 갓 피어나는 연붉은 동백꽃, 털목도리 달린 목련꽃눈, 빗바랜 화살나무에서 올라오는 노란꽃싹들을 보며 하늘과 구름을 데려와 찰칵찰칵 사진도 찍었구요. 아랫자리에서 공생하는 노란 민들레, 보라색 봄까치꽃(큰개불알꽃)등 이름모를 풀꽃들로 가득한 산등성이를 걸으며, 말랭이 마을의 예전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지요. 제가 들은 옛 마을의 모습을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아마도 이곳의 풍경이겠지요. 저에게 보이는 꽃이 어른들에게 보이지 않을리 없는데, 무슨 꽃이 피어나는지 모른체 그냥 지나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종종 말씀드리죠. “어머님, 이 꽃 좀 보세요. 홍매화, 잔디꽃, 개나리, 민들레 다 피어났어요. 눈길 한번, 웃음 한번씩 주고 가세요.” 이제는 어른들도 대답하시죠. “아이고, 우리 작가님이 말하니까 보이네. 잘 보고 다닐께요...” 고은 시인의 <그 꽃>에 나오죠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 오늘도 맑은 날이라네요. 발 곁에 있는 꽃 한번보고, 하늘 구름 한번 보는 날 되소서.

오늘은 임영조시인의 <삼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삼월 – 임영조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삼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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