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35

2023.3.19 신석정<들길에 서서>

by 박모니카

책방의 화분에게 봄단장을 시켜주는 친구의 손놀림을 보면서 생각했지요. ‘역시 손이 생명을 만드는구나’ 저는 옆에 앉아 그녀가 만들어주는 생명의 손길따라 들어오는 바람, 햇빛, 물을 꽃들보다 더 많이 먹었답니다. 누구나 삶의 형태가 다르듯 생명을 만나는 형태도 다른가봐요. 저는 텃밭에서 맺어지는 열매들을 엄청 사랑하거든요. 오늘은 감자씨를 심을 막바지 준비를 하는 날이예요. 포슬포슬한 수미감자씨를 신청했는데요, 약간 게으른 저 같은 초짜농부에게는 딱 맞는 작물이예요. 밭갈이할 때만 빼고, 한번 심으면 감자알 얻기까지 큰 노고를 들이지 않아도 되거든요. 조각 감자를 심어 뿌리를 내리고 잎과 줄기가 나고 꽃이 피어날 때까지의 그 과정을 보는 재미는 가히 최고의 구경거리랍니다. 수확할 때는 또 어떻구요. 호미질 한번에 들어올려지는 감자알줄기. 땅밑 뿌리 살림살이 거두고 새 세상을 향한 감자들의 환호소리. 아직 밭도 갈지 않은 제가 이미 감자를 다 수확했군요. 벌써부터 텃밭과 작물들의 생동하는 호흡소리와 그 속에 담겨질 저의 수작업의 노고. 이들이 만들어낼 생명탄생을 향한 ‘나의 길목’에 들어서니 오늘도 행복한 날입니다. 당신은 어떤 길목에 서 있을까요. 혼자 계시든, 함께 계시든 그 길목너머 아름다운 생명들과의 만남이 가득하길~~.

오늘은 신석정 시인의 <들길에 서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들길에 서서 – 신석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해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즉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드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일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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