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42

2023.3.26 유안진 <상처가 더 꽃이다>

by 박모니카

보통 12시를 넘기며 잠이 드는데 어제는 눕자마자 그냥 잤나봐요. 마을행사로 온 정성을 다 바쳐서 아마도 피곤했겠지요. 올해 첫 행사라고 준비부터 끝까지 엄청 신경썼었거든요^^ 지나고 나면 부족한 것이 더 보이는 아쉬움 속에 그래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잘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군산 시인들의 시낭송(시인12명)을 통해 지역문인들의 시성, 바램, 역량 등을 같이 느끼고 다독일 수 있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대부분 저보다 인생의 선배인 시인들이 들려주는 시 구절구절마다 제 맘에 봄꽃들이 만발했지요. 문영시인의 <상여>는 목련꽃, 전재복시인의 <위로>는 매화꽃, 이안나시인의 <모래 한 알은 날갯짓을 멈추었다>은 개나리꽃, 김영철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동백꽃. 노용무시인의 <나무전봇대>는 제비꽃, 손미자시인의 <고순녀여사의 고군분투기>는 칠면초, 나미숙시인의 <봄이 오는소리>는 복수초가 생각났어요. 이 꽃들이 어찌 그냥 피어났을까요. 유안진 시인의 <상처가 꽃이다>라는 시에서처럼 ‘갈라지고 뒤틀리고 터지고’하는 세상 아픔과 상처를 바라보는 시인들의 눈매역시 ‘상처에서 피어난 꽃’이었겠지요. 함께 즐거웠던 이 시간도 오래토록 기억에 남겠습니다. 시인도 아닌 제가 문화의 첨탑에서 고뇌하고 사유하는 시인들과의 인연을 맺었으니 저도 세상보기를 날카롭게, 게을리지 않도록 늘 깨어있어야 겠어요^^ 3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오늘 편안하고 평온하고 평화로운 시간 되소서. 오늘은 유안진시인의 <상처가 꽃이다>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상처가 꽃이다 - 유안진


어린 매화나무는 꽃 피느라 한창이고

사백 년 고목은 꽃 지느라 한창인데

구경꾼들 고목에 더 몰려섰다

둥치도 가지도 꺾이고 구부러지고 휘어졌다

갈라지고 뒤틀리고 터지고 또 튀어나왔다

진물은 얼마나 오래 고여 흐르다가 말라붙었는지

주먹만큼 굵다란 혹이며 패인 구멍들이 험상궂다

거무죽죽한 혹도 구멍도 모양 굵기 깊이 빛깔이 다 다르다

새 진물이 번지는가 개미들 바삐 오르내려도

의연하고 의젓하다

사군자 중 으뜸답다

꽃구경이 아니라 상처 구경이다

상처 싶은 이들에게 훈장(勳章)으로 보이는가

상처 도지는 이들에게는 부적(符籍)으로 보이는가

백 년 못 된 사람이 매화 사백 년의 상처를 헤아리랴마는

감탄하고 쓸어 보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만졌던 손에서 향기까지 맡아 본다

진동하겠지 상처의 향기

상처야말로 더 꽃인 것을.

시낭송 현장 '전재복시인의 <위로>' (오후행사)
이정숙작가와의 정담(오전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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