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43

2023.3.27 안도현 <제비꽃에 대하여>

by 박모니카

요즘은 대야 5일장을 종종 구경갑니다. 겨울을 이겨낸 책방의 식물들이 새 짝을 기다려서요. 하긴 산과 들, 길마다 피어나는 봄꽃들이 만발하니 책방의 작은꽃 몇 송이들만으로 향기를 부를 수는 없겠지요. 향기가 많아야 책방손님들이 많아질 것을 이 친구들도 아나봐요. 토요일 행사로 몸살나나 싶었는데, 아니 웬걸, 일요일 새벽기운에 절로 눈이 떠졌답니다. 아침미사에서 신부님의 강론 중 ‘진정한 부활은 죽음이후의 약속이 아니라 바로 지금 매일 부활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죠. 저는 그 의미를 알아듣고, 바로 부활을 실천할 수 있는 법으로 꽃을 사러 갔어요. 책방 꽃을 일일히 챙겨주는 친구를 마치 엄마닭 따라가는 병아리마냥 뒤쫒아가며 꽃도 사고 시장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에 오천보는 걸었답니다. 주머니 속에는 토요일에 책 몇권 팔았던 돈이 있었는데요, 어찌어찌 하다보니 시장에서 돌고도는 돈의 속성을 맛보았네요. 책방으로 돌아와 화분에 꽃 포토를 옮겨심는 친구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입으로만 일을 하는 저는 하늘과 바람만 즐겼구요. 시를 쓰는 후배도 찾아와 두 일꾼 덕분에 책방이 환해졌습니다. 요즘 종종 듣는 가요 중 최성수씨의 <목련꽃 질때면>이 있는데요, 만발하는 목련과 개나리가 주인공인 노래가사가 좋아서요. 책방계단 돌사이로 피어난 제비꽃. 1년만에 만나 안부를 주고 받는 기쁨으로 월요일을 맞아요. 같은 일상의 흔한 모습일지라도 얼마든지 바꿀수 있어요. 시간의 길이, 공간의 너비를 맘에 따라 스스로 바꿀 수 있으니까요. ‘언니는 언제가 힘들어요?’라는 후배의 질문에, ‘언제? 글쎄. 힘들지 않아. 매일 새로운 시간이니까.’라고 답했어요. 우리 모두 재밌는 월요일 만들어봐요.

오늘은 안도현시인의 <제비꽃에 대하여>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책방돌담에 피어난 제비꽃, 1년만의 해후
5일장터에서 책값 털어 꽃을 샀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깝지 않은 돈 '책값과 꽃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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