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앞마당에 들어서니 보랏빛 봄까치꽃(개불알꽃)이 가득했어요. 앞장서 내딛던 오른발이 주춤거리며 절로 뒤꿈치가 들어지더군요. 세심히 위아래, 좌우를 바라보니 수선화, 민들레, 동백꽃, 이름모를 풀들이 살랑거리데요. ’地不長無名之草(지불장무명지초)-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땅에서 솟아나는 풀들의 이름을 다 알지 못하여 불러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구요. 다행히도 제 곁에는 자칭 식물박사 한 분이 있어 도움을 받죠. 요즘은 검색하면 다 나온다는데, 전 여전히 아날로그라 사진을 찍어 그분께 물어봅니다. 벌써 오늘이 삼월의 끝 날이네요. 새봄을 알리는 신호가 세상의 오감을 타고 퍼져 나가더니 사람들에게도 자연의 신비로운 붓질로 오감도를 새겨놓았죠. 제 몸에도 기이한 문양들로 삼월의 봄이 새겨져 있습니다. 아마 부지런히 뛰어다닌 발 따라 구불구불 ’나의 길‘이 만들어져 있을거예요. 마지막 삼월새벽이 말해주네요. ’봄의 대문을 활짝 열었으니 이제 저 너른 사월의 꽃밭과 풀밭으로 뛰어나가 놀아라‘ 라구요. 한 점이 있어야 선 하나, 면 하나가 있듯이, 삼월의 마지막 한 점으로 이어지는 사월의 선과 면을 그려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내’가 있어서 아름다운 세상도 꿈꿉니다. 동시에 내 삶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급함보다는 오히려 순간의 품자락을 펼쳐주어 더 넓은 순간의 공간을 만드는 오늘이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