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47

2023.3.31 정호승<수선화에게>

by 박모니카

어느 시인의 앞마당에 들어서니 보랏빛 봄까치꽃(개불알꽃)이 가득했어요. 앞장서 내딛던 오른발이 주춤거리며 절로 뒤꿈치가 들어지더군요. 세심히 위아래, 좌우를 바라보니 수선화, 민들레, 동백꽃, 이름모를 풀들이 살랑거리데요. ’地不長無名之草(지불장무명지초)-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땅에서 솟아나는 풀들의 이름을 다 알지 못하여 불러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구요. 다행히도 제 곁에는 자칭 식물박사 한 분이 있어 도움을 받죠. 요즘은 검색하면 다 나온다는데, 전 여전히 아날로그라 사진을 찍어 그분께 물어봅니다. 벌써 오늘이 삼월의 끝 날이네요. 새봄을 알리는 신호가 세상의 오감을 타고 퍼져 나가더니 사람들에게도 자연의 신비로운 붓질로 오감도를 새겨놓았죠. 제 몸에도 기이한 문양들로 삼월의 봄이 새겨져 있습니다. 아마 부지런히 뛰어다닌 발 따라 구불구불 ’나의 길‘이 만들어져 있을거예요. 마지막 삼월새벽이 말해주네요. ’봄의 대문을 활짝 열었으니 이제 저 너른 사월의 꽃밭과 풀밭으로 뛰어나가 놀아라‘ 라구요. 한 점이 있어야 선 하나, 면 하나가 있듯이, 삼월의 마지막 한 점으로 이어지는 사월의 선과 면을 그려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내’가 있어서 아름다운 세상도 꿈꿉니다. 동시에 내 삶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급함보다는 오히려 순간의 품자락을 펼쳐주어 더 넓은 순간의 공간을 만드는 오늘이길 바래봅니다.

정호승시인의 <수선화에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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