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58

2023.4.11 곽재구<제비꽃사설>

by 박모니카

매주 월요일은 말랭이 마을 글방수업이 있는 날. 어제는 모음 ’우‘ ’유‘ ’으‘ ’이‘로 시작하는 말을 생각하고 발표했었죠. 그 중 기억에 남는 한 어른의 말씀이 있어요. - “유리같은 세상이라 사람의 허물을 감출 수가 없구나.” “으악새 슬피울어 가을인가요” - 이 어른의 꿈은 무엇일까요. 시간을 되돌려 학생이 될 수 있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나라의 공무원이 되는 꿈. “정치하는 사람들이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하니까 나는 공부 많이 혀서 바른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지.”라고 늘 말씀 하십니다. 문해수업뿐만이 아니라 말랭이 마을 공동체 생활에서 가장 솔선수범하는 어른입니다. 한글의 자모음을 이용한 단어나 문장 만들기에서도 단연코 멋진 표현을 만들어주시죠. 이분의 말과 글들을 잘 모아서 정말 멋진 이야기책 한권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얘기를 쓰고 싶어하지요. 어제는 76세 어른이 쓴 자서전 형식의 글을 받았습니다. 100페이지에 달하는 이 글을 7년 전부터 쓰고 계셨던 거라네요. 글의 첫머리에서 호기심이 일어 읽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도 <봄날의 산책>이 출판사로서 할 일 중의 하나는 누군가의 신간을 출판하는 일이겠지요. 그 대상이 누구일지 아직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다른 이의 삶을 통해 제가 또 한번 성장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글쓰기 배우길 열망하는 사람, 또 배우고 있는 사람...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분들이 ’나의 글‘을 세상에 내놓는 용기와 도전을 갖도록 동력이 되어 드려야겠어요. 오늘은 말랭이 어머님이 가장 좋아하는 제비꽃을 노래한 곽재구시인의 <제비꽃사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제비꽃 사설 – 곽재구


네 이름은 뭐냐

땅끝 가는 완행버스길

바랑 걸치고 걷다

풀 언덕에 앉아 물어보면

솜털 보송보송한

자주색 꽃들이 입을모아

사랑부리꽃

우리나라 사람들

싸우지 말고 용서하여

맑고 고운 희망 나라 통일 나라

얼른 세우라고 입모아

사랑부리꽃

네 이름이 뭐냐

귤동 가는 도암만 시오리 길

개울물 보리 미숫가루

풀다 물어보면

솜털 보송보송한

자주색 꽃들이 입을 모아

도끼꽃


우리나라 사람들

가슴의 슬픔들 몽땅 털어버리고

아름답고 빛나는 세상

들판 곳곳에 세우라고 입모아

도끼꽃

글방과제 '꽃사진 찍어서 시를 써오기'에 제출한 어른의 제비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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