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6

2023.4.24 한하운 <보리피리>

by 박모니카

주말엔 날이 너무 좋아서 그랬는지 말랭이책방에 올라오는 사람이 뜸했지요. ‘에라, 나도 모르겠다. 어디 뭇 사람들이 책방만 보고 오더냐. 와서 보니 책방이 있었던 게지’ 라며 일요일엔 저도 군산을 등졌습니다. 아침부터 희뿌연한 저것이 안개인가 미세먼지인가 싶었어도, 날이 회색이든 아니든 무슨 걸림돌이겠습니까. 점심에 벗과 함께 푸름을 찾으러 떠났지요. 사시사철 연달아 갖가지 꽃을 심어놓고 사람들을 유인하는 곳, 4월이면 푸르른 청보리들이 날름거리는 곳, ‘고창청보리밭‘ 으로요. 작년 늦가을 같은 곳에는 하얀 메밀꽃이 장관이었죠. 사람도 많지만 펼쳐진 초록들판도 넓어서 인산(人山)의 소음은 없더군요. 보리밭사이 걸으며 만보걷기도 챙기구요, 새싹보리 아이스크림도 먹구요, 친구는 보리밭 사이에 피어난 ’말랭이 잎가지‘도 살짝 가져왔지요.잎잎이 튕겨나오는 초록물과 시원한 바람에 흔들거리며 여러 상념에 빠졌습니다. 가깝게는 가족생각, 멀리는 지구촌의 약자 생각에까지 오지랖 부렸습니다. 까칠한 청보리의 눈치를 살피며 ’너의 강인한 푸름만을 빌려가고 싶다‘라고 말했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황혼으로 들어갈 보리의 누런빛. 점점 닮아갈 제 모습이 떠올라 이내 고개를 저었네요. 그래도 여행길에 혼자가 아닌 지금이 낫지 라며 함께한 친구가 고마웠습니다. 오늘부터 금주 간은 몸이 바쁜 시간이네요. 주중에 있을 중고생 중간고사 준비, 주말에 있을 말랭이 행사 준비가 앞장서 있군요. 청보리의 푸른 물결이 일주일 정도는 일렁일렁, 초록보리알들의 하늘 향한 저 기세가 제 맘속에 머무르겠지요. 지치지 말라고 산소를 뿜뿜 뿌려주길 고대합니다.

오늘은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를 읽어보았습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보리피리 – 한하운(1919-1975, 함주출신)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寰)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ㄹ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닐리리

보리이삭 속 양옆으로 마주보고 자라는 씨알의 모습, 어린시절 머리를 땋아주던 할머니가 생각났어요
건너에는 노란 유채꽃, 아래에는 푸른 보리싹, 허약한 눈이 활짝 열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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