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3

2023.5.1 정여민<꽃> <할머니>

by 박모니카

’우리 마음속 온도는 과연 몇 도쯤 되는 것일까? 너무 뜨거워서 다른 사람이 부담스러워 하지도 않고 너무 차가워서 다른 사람이 상처받지도 않는 온도는 '따뜻함'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고, 말없이 전해질 수 있는 따뜻함이기에 사람들은 마음을 나누는 것 같다.‘


최근에 영재발굴단 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화제가 된 인물 정여민(현재 21살)시인은 초등학생 때 전국 글짓기대회에서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라는 작품으로 무려 8000대 1의 경쟁을 뚫고 1등을 했다네요. 며칠 전 후배가 이 시인의 책을 신청하면서 저도 역시 처음 정여민 시인을 들었는데요, 그의 작품 몇 줄을 읽어보니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픈 엄마와 함께 지금도 시골생활을 하고 있네요. 그의 시 <꽃>이 초등교과서에 실려서 읽어봅니다. 오월이 왔습니다. 오월의 달력은 얼마나 바쁠까요. 오늘 노동자의 날을 포함하여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5.18민주화운동 기념의날, 부처님 오신 날, 성년의 날까지 줄지어 사람들에게 전보를 부치려니 말입니다. 이런 달 일수록 마음을 정돈하고 하나씩 잊지않고 기억해야 되겠다 다짐합니다. 그러려면 지금의 마음보다 더 깨끗하게 마음청소를 해야겠어요. 청소가 되지 않아 얼룩진 그늘이 있으면 기억을 못할까봐서요. 그래서 오늘은 동시를 읽어보았답니다. 동심으로 가득 찬 오월을 상상하며 그 푸른 언덕 기대어 살아볼까요.

오늘의 시는 정여민 시인의 <꽃>과 <할머니>를 보내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 – 정여민


꽃이 얼굴을 내밀었다.


내가 먼저 본 줄 알았지만

봄이 쫓아가던 길목에서

내가 보아 주기를 날마다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먼저 말 건 줄 알았지만

바람과 인사하고 햇살과 인사하며

날마다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내가 먼저 웃어 줄 줄 알았지만

떨어질 꽃잎도 지켜내며

나를 향해 더 많이 활짝 웃고 있었다.


내가 더 나중에 보아서 미안하다.



할머니 – 정여민


빛을 눈에 담을 수 없었던 할머니


밝음과 어둠의 무게는 같았고

손끝이 유일한 눈이 되셨다


밝은 다리를 건널 때에는

자식들 사랑에 허리가 휘셨고


어두운 다리를 건널 때에는

자식들 걱정에 손끝이 닳았다


내가 할머니를 볼 수도

할머니가 나를 볼 수도 없지만

엄마를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계신 곳은 빛들로 가득하지요?


그 사랑, 잊지 않을게요.

5.1꽃1.jpg 책방앞 죽단화(황매화의 겹꽃)
5.1정여민시인 꽃.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봄날편지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