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2

2023.4.30 강형철 <야트막한 사랑>

by 박모니카

누군가를 ‘대접’하는 일, 결코 쉽지 않은 일,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일. 어제도 그런 생각이 절실이 요구되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어쩌다 마주친 그대“처럼 시작된 1인 독립출판사. 출판의 ‘출‘ 자도 모르면서 도전한 저는 고인 물보다는 늘 샘물의 맛을 궁금해했지요. 물 담은 표주박을 건네며 이 맛 저 맛 알려주는 지인들 덕(德)분에 출간의 이름표를 달고 한 권씩 책도 나왔어요. 그런데 저는 특별한 목표가 있었어요. ’출간한 책을 얼마나 팔릴 수 있게 할까?‘가 아니었어요. ’책을 함께 만든 작가의 출간회를 꼭 열어주고 싶다‘였어요. 세상 살면서 누군가에게 스폿라이트(spot light)를 받는 일, 축하를 받는 일은 쉽게 오지 않거든요. 작년 <봄날의 산책>이름으로 출간된 책 5종 중 4인 작가에 대한 축하식은 했었는데, 한 분이 남아서 늘 맘에 빚이 남았었어요. 드디어 어제 그 빚을 청산하며 ’사람을 대접하는 일‘ ’저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을 했어요. 시인으로서 첫 시집 출간회 이후 근 40여년 만에 ’어제‘를 만났다네요. 낭송가에 의해 자신의 시가 울리니 언뜻 눈시울을 젖시는 그분. 사회보는 내내 전 그저 생각했어요. ’오늘도 난 참 잘 살고 있구나. 그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행복눈물샘을 찾아주었으니..‘라고요. 비가 오는 날씨에도 행사장을 가득 메워 서 있는 사람들까지, 행사 후에 찾아온 지인 들까지, 하루종일 마음을 다해 ’사람을 대접‘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제도 저를 도와주고 격려차 오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맘 같아서는 한분 한분 말랭이의 파전을 직접 배달하며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그 일까지는 손이 부족했어요. 밤새 깊이 자고 나서 그런지 새벽 창가 동터오는 여린 빛이 맑고 곱게 보이네요. 휴일인 오늘, 사월의 마지막 날. 편지를 받아주시는 당신의 시간여행 길에 맑고 깊은 옹달샘 물 한 잔 마실 수 있길, 이왕이면 덕담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시길 소망합니다.

오늘은 강형철 시인의 <야트막한 사랑>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야트막한 사랑 – 강형철(1955-현, 군산출생)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언덕 위의 사랑 아니라

태산준령 고매한 사랑 아니라

갸우듬한 어깨 서로의 키를 재며

경계도 없이 이웃하며 사는 사람들

웃음으로 넉넉한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의 사랑 아니라

개운하게 쏟아지는 장대비 사랑 아니라

야트막한 산등성이

여린 풀잎을 적시며 내리는 이슬비

온 마음을 휘감되 아무것도 휘감은 적 없는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이제 마를대로 마른 뼈

그 옆에 갸우뚱 고개를 들고 선 참나리

꿀 좀 핥을까 기웃대는 일벌

한오큼 얻은 꿀로 얼굴 한번 훔치고

하늘로 날아가는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가슴이 뛸 만큼 다 뛰어서

짱뚱어 한 마리 등허리도 넘기 힘들어

개펄로 에돌아

서해 긴 포구를 잦아드는 밀물

마침내 한 바다를 이루는

<참고, 2022년 여름 어느날 아침편지에 소개되었던 시, 그냥 좋아서 다시한번 올려요>

사진작가 함미정작품, 황매산 산철쭉 꽃입니다
강형철 시인의 출간회 '작가의 이야기 시간'
축하객으로 오신 황석영 작가의 '덕담시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봄날편지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