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5

2023.5.3 피천득<오월>

by 박모니카

책방에서 하는 활동 중에 하나, ’군산동네문화카페-그림책 이야기‘가 있어요. 시민 5인이상이 모여 희망하는 수업을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일종의 평생교육이죠. 그림책하면 어린이가 주 대상이지만 오히려 성인들이 꼭 읽어볼 그림책이 많지요. 책방의 그림책이야기 강사(박효영씨)만의 특별한 주제선정과 맛깔나는 이야기 전개로 ’어른 5인방’은 매주 화요일 오전이 행복하다네요. 제가 해줄 수 있는 일로 점심을 대접하는 일. 어젠 특별히 텃밭 열무김치와 삼겹살, 버섯 등을 넣어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답니다. 진짜 맛난 안주 덕분에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릅니다. 안주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두두두두~~~‘중년 아줌마들의 수다’. 최근 읽고 있는 책부터 사람관계에 이르기까지. 집안걱정부터 나라걱정까지. 밥 먹을라, 얘기할라, 완전 멀티풀한 아줌마들의 넘치는 에너지. 이들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금세 늙어버릴거예요.^^ 어젠 유독 젊음과 늙음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았어요. 나이든 어른들 말씀에 ‘청춘을 돌려다오’ ‘제아무리 잘나도 젊음을 이기랴’, ‘젊음이 옷이다’ 등. 어느새 그들의 말씀이 와락 돌진해오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아직까지 나는 젊음과 늙음의 경계에 서 있으니 얼마든지 젊어질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죠. 엄청 제 잘난 맛에 살지요~~. 그런데 자기 삶의 주인은 오로지 ‘나’. 내가 없다면 친구걱정, 나라걱정, 세상걱정,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편백나무아래 의자에 누워 하늘을 보니 나무 끝 가지들이 서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마주보고 있더군요. 새삼 세상은 역시 둥글구나 생각했죠. 더불어 그 중심에 바로 ‘내가있다’를 확신했어요. 연두빛 초록이 둥근 지구를 덮고 그 속에 사는 우리들을 건강히 키워주느라 정말 바쁘다네요. 우리도 답례를 보내볼까요. 오고가며 잎사귀 하나, 나무기둥하나에 손길한번 주세요. 오늘은 오월의 대표적 글, 피천득작가의 <오월>을 보내드려요.

봄날의산책 모니카.


오월 –피천득(1910-2007, 서울출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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