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21

2023.5.9 김소월 <가는 길>

by 박모니카

친정엄마와 제 딸의 대화는 정말 특별합니다. 어려서부터 말이 없었던 저를 두고 소위 잔정이 없다는 말도 종종 들었지요.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자주 듣고요. 요즘의 제 모습을 보면 정말? 이냐고 반문하겠지요. 반면 엄마는 기질상 대담하고 언제나 유쾌한 언사로 주변의 관심을 받고 싶어했어요. 이십대 청년인 제 딸은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어찌나 잘 헤아리는지 모릅니다. “엄마, 할머니랑 수영장 좀 규칙적으로 다녀. 다른 할머니들에게 공부 가르치는 것처럼. 할머니를 다른 할머니라고 생각하고 일주일에 한 두 번 꼭 함께 가는 것을 약속 리스트에 넣어바. 엄마 약속 어기는 거 엄청 싫어하잖아. 할머니 배는 무겁고 다리는 약하고 그래서 수영이 제일 좋데.” 말이 다정 다감한 제 딸과 친정엄마의 코드가 끝내주게 잘 맞습니다. 어제도 손녀딸과의 전화통화로 위로를 얻었다고, 사랑스런 모습이 저를 닮진 않았다고 엄마는 눈을 흘기며, 그래도 제가 대접하는 점심을 맛있게 드셨답니다. 오후에 사무실에 돌아오니 카네이션 대신 알록달록한 마카롱 꽃다발이 있더군요. 동료들은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왠지, 느낌이 왔어요. 내 딸인가? 톡을 보내니 그렇다는군요.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절약하라고 열공하라고 멘트를 붙이는 재미었는 나에 비해, ‘그 까짓 공부가 뭔 대수다냐, 건강이 최고지. 무서운 떼놈들이 사는 서울살이, 힘들면 언제든지 내려와라. 전쟁 때도 우리 식도섬엔 애기낳고 고기잡고 세상 잘 살았다. 뭔 유학 간다냐. 자고로 내 땅에서 지 그릇에 맞게 살면 되지야.’ 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딸에겐 더없이 높고 든든한 태산 같지요. 가끔씩 딸에게서 흘러나오는 고향섬 사투리를 들으며 ‘인생, 참 오묘하다’ 생각합니다. 저도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비슷하니까요. 오늘도 친정엄마와 제 딸의 소곤소곤, 유쾌한 대화 속에 김소월시인의 <가는 길>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는 길 – 김소월(1902-1934, 평북구성출생)


그립다

말을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한番······

저山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西山에는 해진다고

지저귑니다

앞江물, 뒷江물

흐르는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쟈고

흘너도 년다라 흐릅듸다려.

5.9 딸과 친정엄마1.jpg
5.9딸과 친정엄마2.jpg 어버이날, 딸이 보내준 마카롱 꽃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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