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20

2023.5.8 산민우 <그리운 어머니>

by 박모니카

오늘은 ‘어버이날’이네요. 아이들이 성인이 되니 ‘어린이날’은 단지 빨간휴일. 오히려 멀리 사는 아이들의 맘에 부담이 있겠다 싶었어요. 어제 새벽은 친정엄마와 목욕탕 행. 사교성 좋은 엄마는 옆에 있는 아줌마에게 말씀하셨죠. “우리집 양반 살았을 적엔 무려 여섯이나 등 밀어줬어도 기운이 펄펄했는디, 이제는 지 다리하나 때 배낄 힘이 없소잉. 어디다 쓴다요.” “내 말이 그 말이요. 갈 길은 하나 남았고만요.” 함께 목욕하는 딸이 있어서 얼마나 좋겄냐는 아줌마의 말씀에 양심이 찔려서 그냥 웃었답니다. 목욕탕에서 주고받는 어른들의 대화소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버이날이 있어서 그런지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맘이 더 미안했습니다. 오늘은 말랭이마을 동네글방수업 날. 카네이션 꽃 열 송이 준비하고, 유투브로 어머님은혜 노래 들으며 따라 해 봅니다. 양주동 시인의 어머님은혜 가사를 되새겨보면서요.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넒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함께 지도하는 선생님과 어머님들께 꽃도 나눠드리고 노래 한자락 해 드릴까합니다. 한 해 평균출산율 1%도 되지 않는 나라에서 아이들이 없다고 걱정하는 일은 동시에 부모가 없어지는 일이 되는군요. 어쩌면 우리가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마지막 세대가 되는 건 아닌지... 괜한 걱정도 일어나네요. 특정한 날 하루라도 부모님의 은혜(恩惠)를 가슴 깊이 안아보는 오늘이길 기도합니다.

오늘의 시는 산민우시인의 <그리운 어머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리운 어머니 - 산민우(山岷雨1958-현 전북군산)


그때가 언제였던가

십 년도 이십 년도 더 흘렀다

누우런 황새기 젓갈

머리에 이고

서울역 플렛홈에서

막내아들을 기다리던

우리 어매의 환한 미소

개찰구에서 한눈에 알아봤다

옥색 치마저고리 바람에 나부꼈다


강경에서 샀다

이리에서 표를 끊었다

배창시가 불룩한

누우런 황새기 젓갈

머리에 이고 올라왔다

그 비릿하고 칼칼한

곰삭은 젓갈을

청양 고추 착착 썰어

물 말아 먹었다


울 어매 계단 오르기

숨이 차

에스컬레이터 위 칸에

고무 다라이를 뉘고

아래 칸에 어매를 업어

그 괴물을 탔었다

난생처음 타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막내 등에 업혔다


이 진풍경에

상행선과 하행선

눈 달린 수많은 사람

허어연 이 드러내

손뼉 치며 웃었다


살아오면서

가장 그리운 기억이다

솜털처럼 가벼웠던

그리운 어머니

한 번만 더 업어 보고 싶다


먼 나라의 우리 어매를...

5.8어버이날2.jpg

https://youtu.be/CzdpjsXxXtE

1절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가라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니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2절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 주시고

자라선 문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사 그릇될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위에 주름이가득

땅위에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니의 정성은 그지 없어라


3절

사람의 마음속엔 온가지 소원

어머니의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녀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친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하리오

어머니의 사랑은 지극하여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봄날편지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