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9

2023.5.7 복효근 <5월의 느티나무>

by 박모니카

연 이틀 내린 비로 가뭄이 다 해갈되었겠죠. 말랭이 파전한장 먹고가라 하시기에 아랫동네로 가보니 무척 한산하더군요. 덕분에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파전 재료 듬뿍 넣어 맛있는 파전 부쳐서 책방으로 올라왔죠. 비 오는 날엔 부침개가 최고라고 하지만 역시 혼자 먹는 음식은 그 맛이 떨어져서 아쉬웠어요. 어제 아침 지역인물 한 분을 만나 인터뷰했는데요, 대화한 녹음을 들으며 다시한번 그분의 목소리를 들었죠. 사람의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격을 상당히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첫 대화에서 나온 두 단어에 ‘아, 이분과의 대화는 즐겁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제 느낌이 맞았어요. ‘시’ 그리고 ‘민주주의자’. 농부로서 시를 쓰고, 정치인으로서 민주주의자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그를 보며 ‘아, 이 사람이야말로 몸과 맘이 하나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나무는 느티나무라며 어원을(늦게 틔우는 나무)설명하는 그. 서두르지 않고 살아가는 느긋한 느티나무 모습이 연상되면서 그와 나무 둘이가 참 많이 닮아보였습니다. 비 내리는 카페에서 운치 있는 대화시간을 보내고 대야 시장 한가운데로 걸어서 5월 장터미술관의 그림도 관람하며 그림으로 소환되는 그분의 추억도 재밌게 들었습니다. 오늘은 좀 맑아지겠지요. 그래야 만보걷기도 하고, 짜장면 드시고 싶다는 친정엄마랑 데이트도 하고, 책방까지 올라올 손님들을 기다리는 설렘도 있을테니까요.

오늘은 복효근 시인의 <5월의 느티나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5월의 느티나무 – 복효근(1962-현, 전북남원)


어느 비밀한 세상의 소식을 누설하는 중인가

더듬더듬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연초록 저 연초록 입술들

아마도 지상의 빛깔은 아니어서

저 빛깔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초록의 그늘 아래

그 빛깔에 취해선 순한 짐승처럼 설레는 것을

어떻게 다 설명한다냐

바람은 살랑 일어서

햇살에 부신 푸른 발음기호들을

그리움으로 읽지 않는다면

내 아득히 스물로 돌아가

옆에 앉은 여자의 손을 은근히 쥐어보고 싶은

이 푸르른 두근거림을 무엇이라고 한다냐

정녕 이승의 빛깔은 아니게 피어나는

5월의 느티나무 초록에 젖어

어느 먼 시절의 가갸거겨를 다시 배우느니

어느새

중년의 아내도 새로 새로워져서

오늘은 첫날이겠네 첫날밤이겠네

느티나무고창.jpg 느티나무 아래서 친구가 손을 흔드네요
5.7대야장터미술관.jpg 대야 장터미술관 작품 채영숙 님의 '기차 풍경'으로 옛 추억을 나누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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