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12 이대흠 <어머니라는 말>
‘문화공유는 000 이다‘ 라는 질문에 저는 ’문화공유는 사람의 주름살을 깊이 바라보는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제는 말랭이동네 글방팀 어머님들과 나들이를 했어요. 대야 오일장구경도 하고 군산문화도시센터의 문화공유토크에 참여 하느라구요. 제가 작년과 올해 활동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당신들의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저를 응원차 기꺼이 외출하신거지요. 지난번에는 문화포럼 행사장에 참여해서 전문교수들의 어려운 주제발표도 들어보는 등 말랭이 어머님들은 무엇이든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살펴봅니다. 문화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전문가들처럼 멋드러진 말씀은 못하시지만 온몸으로 스며들어 남겨진 당신들의 주름이 바로 문화의 열매라는 것을 알고 계시죠. 이보다 더 정확한 정답이 있을까요. 특별히 한 어머님이 김소월시인의 <진달래꽃>을 낭송하시는 열정도 보여주셨죠. 함께 청중으로 있던 20대 청년들(군산대 영문학과 학생들)의 우렁찬 박수소리. 배움에 대한 어머님들의 열망에 기름이 되어주었습니다. 글자를 아는 것이 너무 당연한 우리 청년들에게 글자를 몰라 아프게 살아온 세월이 원망스런 어머님들은 분명 특별한 모습으로 보였을겁니다. 중년의 저를 중심으로 청년과 노년세대가 한 자리에 모인 세대공감토크를 만들어 주어서 고마웠구요. 문화도시로 가는 길은 결코 어려운 길도 아니요, 고유한 길도 아닙니다. 남녀노소 세대들이 서로를 따뜻한 맘으로 바라보면 만들어지는 매우 쉬운 길입니다. 눈으로 손으로 온몸으로 함께 움직이며 토닥이는 보편적 길입니다. 모쪼록 우리 군산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몸짓마다 순식간에 수 백개의 초록잎이 돋아난 팽나무가지를 보는 기쁨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오늘은 이대흠 시인의 <어머니라는 말>을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어머니라는 말 - 이대흠 (1967-현, 전남장흥)
어머니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입이 울리고 코가 울리고 머리가 울리고
이내 가슴 속에서 낮은 종소리가 울려나온다
어머니라는 말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웅웅거리는 종소리 온몸을 물들이고
어와 머 사이 머와 니 사이
어머니의 굵은 주름살 같은 그 말의 사이에
따스함이라든가 한없음이라든가
이런말들이 고랑고랑 이랑이랑
어머니란말을 나직히 발음해보면
입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웅얼웅얼 생기는 파문을 따라
보고픔이나 그리움 같은 게 고요고요 번진다
어머니란 말을 또 혀로 굴리다보면
물결소리 출렁출렁 너울거리고
맘 속 깊은 바람에 파도가 인다
그렇게 출렁대는 파도소리 아래엔
멸치도 갈치도 무럭무럭 자라는 바다의 깊은 속내
어머니라는 말 어머니라는
그 바다 깊은 속에는
성난 마음 녹이는 물의 숨결 들어 있고
모난 마음 다듬어주는
매운 파도의 외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