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1

2023.5.19 신석정 <저 하늘을 우러러 보는 뜻은>

by 박모니카

책방의 오월은 아찔한 향기병풍으로 둘러싸여 있답니다. 울긋불긋했던 철쭉이 지더니 봄과 여름사이 다리를 놓아주는 찔레꽃 덕분에요. 어젠 3주 전부터 시작한 ‘봄날 글쓰기반’ 문우들이 입을 모아 찔레꽃 예찬을 했지요. 장미과로 줄기 가시에 찔리기 쉬워 찔레꽃이라 한다지요. 찔레의 꽃말은 ‘온화’와 ‘그리움’이라는데 강한 꽃향기를 맡으면 어디에 그리움이 숨었을까 싶게 금방이라도 그리운 사람이 손 내밀 것 같아요. 얼마 전 <한시로 읽는 우리꽃 이야기> 책을 읽다보니, 다산 정약용은 <산행일기>에 찔레꽃에 대한 글을 남겼더군요. - 온 길에 찔레꽃 눈에 가득 들어오니 산들바람 술통 스쳐 술 향기 풍겨오네- 술은 먹지 못하지만 다산의 산행길에 농익은 꽃의 향기가 술향과 함께 풍겨오는 그 풍경이 떠올라 잠시 눈을 감고 느껴보았습니다. 또 하나 문우들이 써온 시(주제, 부모님)를 읽으며 그들의 시적 감성에 저는 마치 찔레꽃 가시에 찔린 듯 깜짝 놀랐습니다. 좋은 시를 쓰는 재능은 부족해도 좋은 시를 알아보는 눈이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웠던지.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냐 아니냐, 어떤 기준으로 구별되나요. 언어재능이 먼저일까요. 아님 부단한 쓰기노력이 먼저일까요.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된 삶의 체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몸에 새겨진 무늬는 결국 언젠가는 글로 나오는 법이니까요. 어제처럼 오늘도 말랭이마을에서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아주는 찔레꽃'과 눈 마주치렵니다. 이왕이면 찔레꽃을 부른 가수들의 노래도 함께 들으면서요.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가수 이연실)’ ‘하얀 꽃 찔레꽃 / 순박한 꽃 찔레꽃 / 별처럼 슬픈 찔레꽃 /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 그래서 울었지. / 밤새워 울었지(가수 장사익). 오늘의 시는 신석정 시인의 <저 하늘을 우러러 보는 뜻은>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저 하늘을 우러러 보는 뜻은 – 신석정(1907-1974, 전북부안)


우리 모두들

고이 지녀온

마음을 잃은 지 오래로다.


한때

대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고

밀화부리 노래와 이웃하던

그 조촐한 마음 잃은 지 오래로다.


찔레꽃 짙은 향기에 젖어

오월 하늘을 비상하던

아아 거울같이 맑은

그 마음 잃은 지 오래로다.


아무리

검은 손이 우리 눈을 가리고

우리 마음을 가릴지언정

차마 어둠을 이웃할 수는 없거늘

오늘은

저문 강가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그 안쓰러운 우리 마음을 찾아

어서 출발을 서두를 때로다.


하여

저 하늘을 우러러 보는 뜻은

잃어버린 마음을 그리워하는 까닭이로다.

https://youtu.be/IfKBEi4YJTE

https://youtu.be/dz_VM5UZV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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