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8

2023.5.26 박노해 <자기 삶의 연구자>

by 박모니카

저와 만나는 지인들은 종종 물어요. ’도대체 하는 일이 몇 개예요?‘라구요. 어제도 함께 글쓰기 공부를 하는 문우들과 점심을 먹고 자연 속, 차담시간에 들었지요. 어떤 모임이든지 저의 존재를 생각해보곤 하는데요, 대부분 제가 주인이 아닌 곳에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독불장군처럼 모든 일을 다 지휘하고 싶어 했다는 뜻은 아니예요. 언제든지 제 오롯한 마음이 그 자리에 있어서 마치 늘 주인장같이 사람들을 환대하고 그 시간을 즐겼다는 뜻이랍니다. 그런데 어제는 글쓰기 팀에서 그런 분을 만났지요. 오랜 시간동안 알아온 분인데도 깊이 마음을 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특히 안과 밖이 투명하고 소탈한 그분의 언행을 보며 마치 자석 달린 헝겊으로 고층 건물 창문을 닦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그분도 언제나 사람관계에서 ’자신이 주인 되는 멋진 삶을 사는구나‘ 생각했어요.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알고 있지요. 르네 데카르트의 명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존재가 먼저일까 생각이 먼저일까. 내가 존재해야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왜 철학자는 거꾸로 말해봤을까.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사람의 ‘존재’를 표현했을까. 존재는 외형이고 생각은 내형이니 따로 분리해서 표현 할 수 없지만 근원적인 궁금증을 가져야 시시하고 소소한 일상도 재밌는 테마여행으로 이끄는 가이드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일상을 여행으로 바꾸는 ‘Self Transformer’가 될까요. 저는 그중 하나가 글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구요, <글을 늘 쓰는 사람>을 말하고 싶어요. 사람의 신체 중 가장 정직한 ‘손’의 진짜 주인이 되어 스스로를 ‘존재하는 사람’에서 ‘생각하는 사람’으로 한 차원 올려보는 일, 바로 오늘도 제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있는 일이랍니다. 오월의 마지막 금요일, 개인적으로 엄청 일이 많은 날이지만 어떤 일이든지 주인이 되는 일이라 생각하면 결코 힘들지 않답니다. 오늘도 우리 모두 자기삶의 연구자가 되어보시게요.

박노해 시인의 <자기 삶의 연구자>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자기 삶의 연구자 - 박노해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네


내가 나 자신을 연구하지 않으면

다른 자들이 나를 연구한다네

시장의 전문가와 지식장사꾼들이

나를 소비자로 시청자로 유권자로

내 꿈과 심리까지 연구해 써먹는다네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네


내 모든 행위가 CCTV에 찍히고

전자결제와 통신기록으로 체크되듯

내 가슴과 뇌에는 나를 연구하는

저들의 첨단 생체인식 센서가 박혀있어

내가 삶에서 한눈팔고 따라가는 순간

삶은 창백하게 빠져나가고 만다네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최고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네


최고의 삶의 기술은 언제나

나쁜 것에서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들어내는 것

삶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니라네

삶의 목적은 오직 삶 그 자체라네

지금 바로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우리가 이토록 고통받을 이유가 없다네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최고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네

5.26삶의 연구자1.jpg 산딸나무꽃, 성호를 그으며 마음을 새롭게 해요
5.26삶의연구자2.jpg 오월의 은행나무잎,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자기모습을 보이는 담대한 가지와 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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