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 발포비타민, 노란 우산과 야트막한 지붕, 초록 비자림, 하얀 파도깃털과 메밀꽃, 검은 화산돌, 비취 해안, 파란 하늘, 빨간 문주란, 남보라 벗의 셔츠...그리고 블루그레이 안개. 무채색 같은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여행은 잡을 수 있는 무지개빛 꿈자락 맞구나!’를 중얼거리는 저를 봅니다. 잠시 몸과 맘이 부산했던 시간들을 다 모아서 비바람을 몰고 오는 미지의 태풍 속에 던져주었습니다. 성난 포효를 절제할 줄 아는 검멀레 파도, 원시림의 장구한 인내를 보여준 비자림, 영화‘ 헤어질 결심’의 주제곡이 들려오는 황우치 안개. 책방처럼 따뜻한 이름의 봄날카페, 그리고 여행의 파고음계를 작곡해준 벗들. 이들이 있어서 다시 또 일상의 단색지붕에 다채로운 색을 입힐 에너지가 생겼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연애시집>과 용돈을 건네며 저를 응원해준 인생의 짝꿍, 고맙습니다.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어’라는 말로 열심히 사진사를 자처한 벗의 열정이 청춘같아서 부러웠습니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저의 가벼운 욕망에 작은 잉걸빛이 되어준 여행길, 스스로 만들어서 좋습니다. ‘찾으라, 움직여라, 가서보라. 또 다른 세상과 사람들을’ 두 발 성성할 때 종종 떠나야겠습니다. 이 나이가 되니 자꾸 움츠려드는 일이 많아져서 그나마 자연 속에 동화되면 마음이 편하니까요. 오늘과 내일, 오월을 정리하는 저는 할 일이 겁나게 쌓여있군요. 매거진 군산 기사를 포함한 몇 편의 글도 써야하고, 학생들 기말고사 준비도 시작해야 하고요. 며칠 전 부터 닫혔던 책방 문을 활짝 열어 쾌쾌한 습기도 물러나게 해야겠어요. 주인을 기다릴 책들, 화초들에게 얼른 인사도 하구요. 하루보다는 이틀이 더 좋은 오월의 마지막 버튼, 일상의 음계에 당신만의 색을 입혀보시는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어제저녁 바다 안개 속에 서서 ‘저 안개빛은 무엇이 담고 있을까’를 생각하다 류시화 시인의 시 <물안개>라는 제목이 언뜻 떠올랐었는데, 오늘은 다른 시를 검색해보니 이 시도 있네요. <안개 속에 숨다>를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