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43

2023.5.31 김남조 <오월연가>

by 박모니카

일년 삼백예순다섯날, 이쁘고 귀하지 않은 날이 또 있을까마는 유달리 오월달력 서른 한 날은 매일이 탄생일처럼 요동하는 생명의 소리가 들렸지요. 잠깐 눈을 감았다 뜨는, 눈 깜짝할사이에도 수많은 초록잎들의 탄생을 축복해준 오월. 그런데 또 마지막이란 말을 쓰게 되는군요. 돌고 도는 세상, 처음도 마지막이 되고 마지막이 또 처음이 된다지만 말처럼 쉽게 보내지던가요. 가는 이를 붙잡고만 싶고, 서운함과 그리움이 격하여 새로 오는 이의 가슴을 먼저 밀쳐내지요. 오늘도 또 그런 날, 오월청춘이 세상 한바퀴 돌고 오겠다고 작별 고하는데, 일년뒤 다시 만날때에 이마주름 한 줄 더 있을 내얼굴이 자신이 없어서 일초라도 더 오래 오월바짓단 잡고 싶은 날. 아마도 붙잡을수록 더 무정하게 가겠지요. 그럴바엔 제가 먼저 보내며 소리쳐야겠어요. '잘 가거라 오월아. 고맙고 또 고마우이. 못난 나를 둥글게 살으라고 이것저것 많이도 남겨주었네. 이왕이면 가는 길에 유월에게 넉넉한 인사도 해주렴. 초록그늘 돗자리, 성긴곳마다 차곡차곡 사이좋게 사랑나누라고 덕담이나 주고 가오.' 피천득 작가의 대표적 수필 <오월>에 나오는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을 닮고 싶었던 저의 욕심을 내려놓고 오월에게 안녕이라 말하니 이내 맘이 풀어지는군요. 그래요. 서운해도 그런대로, 그리워져도 또 그런대로 살아가는거래요. 그것이 삶이라네요. 머문듯 가는 것이 세월, 원숙한 여인 같은 진한 녹음세례를 펼쳐줄 유월이 온다하니 '이보다 더 기쁠까요' 라고 생각하며 눈 한번 찔끔 감아봅니다. 오늘은 오월이 되면 들려드리고 싶었던 시 중의 하나, 김남조 시인의 <오월연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오월연가 - 김남조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듯 홀로인 창가에서

얼굴을 싸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

초록빛 속속들이 잦아든 오월


바람은 바람을 손짓해 바람끼리 모여 사는

바람들의 이웃처럼

홀로인 마음 외로움일래 부르고


이에 대답하며 나섰거든

뜨거운 가슴들을 풀거라


외딴 곳 짙은 물빛이어도

보이지 않는 밤의 강물처럼

감청의 물이랑을 추스르며

섧디섧게 불타고 있음은


내가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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