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삼백예순다섯날, 이쁘고 귀하지 않은 날이 또 있을까마는 유달리 오월달력 서른 한 날은 매일이 탄생일처럼 요동하는 생명의 소리가 들렸지요. 잠깐 눈을 감았다 뜨는, 눈 깜짝할사이에도 수많은 초록잎들의 탄생을 축복해준 오월. 그런데 또 마지막이란 말을 쓰게 되는군요. 돌고 도는 세상, 처음도 마지막이 되고 마지막이 또 처음이 된다지만 말처럼 쉽게 보내지던가요. 가는 이를 붙잡고만싶고, 서운함과 그리움이 격하여 새로 오는 이의 가슴을 먼저 밀쳐내지요. 오늘도 또 그런 날, 오월청춘이 세상 한바퀴 돌고 오겠다고 작별 고하는데, 일년뒤 다시 만날때에 이마주름 한 줄 더 있을 내얼굴이 자신이 없어서 일초라도 더 오래 오월바짓단 잡고 싶은 날. 아마도 붙잡을수록 더 무정하게 가겠지요. 그럴바엔 제가 먼저 보내며 소리쳐야겠어요. '잘 가거라 오월아. 고맙고 또 고마우이. 못난 나를 둥글게 살으라고 이것저것 많이도 남겨주었네. 이왕이면 가는 길에 유월에게 넉넉한 인사도 해주렴. 초록그늘 돗자리, 성긴곳마다 차곡차곡 사이좋게 사랑나누라고 덕담이나 주고 가오.'피천득 작가의 대표적 수필 <오월>에 나오는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을 닮고 싶었던 저의 욕심을 내려놓고 오월에게 안녕이라 말하니 이내 맘이 풀어지는군요. 그래요. 서운해도 그런대로, 그리워져도 또 그런대로 살아가는거래요. 그것이 삶이라네요. 머문듯 가는 것이 세월, 원숙한 여인 같은 진한 녹음세례를 펼쳐줄 유월이 온다하니 '이보다 더 기쁠까요' 라고 생각하며 눈 한번 찔끔 감아봅니다. 오늘은 오월이 되면 들려드리고 싶었던 시 중의 하나, 김남조 시인의 <오월연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